주혜1
2005. 8. 8. 11:55
매실주
열어볼 시기를 넘긴
매실주 항아리를 열었다
울컥, 거품 같은 기억들이
뿌글뿌글 올라와 눈앞을 흐린다.
이 설움 저 설움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간 밖으로 흘러넘치는
끈적끈적한 흔적들
한때는 알알이 기쁨이었던 아픔들이
햇살도 꺾인 비좁은 형틀에 갇혀
거역할 수 없는 공간으로 밀려나는 처절한 몸부림
입 주위로 울컥울컥 올라오는 토혈을 닦아주며
다 쏟고 가볍게 떠나가라고,
곧 뒤따라가니 외로워 말라고
천형처럼 하루를 견뎌내야 하는
반도 못되는 남은 자의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