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강
새벽강에는 잠들지 못한 철새가 있다
종종거리는 물옥잠이 단장을 하고
스크렁 풀이 거칠게 몸 흔들면
다리 긴 왜가리가 먹이를 노리고 아침을 연다
지루하지 않은 삶이 얼마나 되겠는가
나는 물 앞에 서서 지나온 시간을 들여다본다
기나긴 기다림으로 일그러진
낯선 얼굴 밀어내고
물고기가 빈 물방울을 뿜어 올린다
물방울 속으로 얼굴 하나 솟아오른다
와인처럼 붉어지는 가슴
강물을 가르며 태양이 일렁인다.
철새 가족들 우아한 자태로 선회하며
새벽강을 밟는다
스크렁 풀 일제히 뒤채이며 싹을 떨구고
흔들리는 물살 마디마디 사이
숭숭 구멍 뚫린 가슴으로 들어와 앉는 한 사람 있어
내 가슴이 다시금 불콰하다. (06,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