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들국화/ 김용택

주혜1 2007. 6. 23. 13:33
들국화 - 김용택  

 


 

 

들국화

         

                                              - 김용택

 

 

나는 물기만 조금 있으면 된답니다

아니, 물기가 없어도 조금은 견딜 수 있지요

때때로 내 몸에 이슬이 맺히고

아침 안개라도 내 몸을 지나가면 됩니다

기다리던 하늘에서

아, 하늘에서

비가 오기도 한답니다

강가에 바람이 불고

해가 가고 달이 가고 별이 지며

나는 자란답니다

그렇게 세월이 가고

찬 바람이 불면

당신이 먼 데서 날 보러 오고 있다는

그 기다림으로

나는 높은 언덕에 서서 하얗게 피어납니다

당신은 내게 나는 당신에게

단 한 번 피는 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