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
김주혜
길 떠난지 석삼 년 줄곧 당신 주위를 맴돌고 있습니다.
때로는 썰물이다가 때로는 밀물이다가 한나절 끼룩끼룩
울어대는 눈먼 갈매기다가 마침내 다 닳아버린 외진 바
닷가 검은 돌이 되었습니다. 몇 날 며칠 화강암 주위를
맴돌다 멋진 말 한 필을 끌어 낸 어느 조각가에게 당신
안에 든 나를 좀 꺼내달라고 부탁해 보렵니다. 모든 돌
이 다 보석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눈길 한 번 받아보
지 못하고 이대로 바람결에 스러지느니 새까맣게 타버린
내 속내만이라도 보여줄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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