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이란,
한 그루 나무에서
곱게 물든 단풍잎만 골라 볼 수 없듯
화사한 웃음에 가려진 병들어 누렇게 뜬 마음
그 아픈 내력까지도 깊이 눈여겨 애잔하게 감싸는 일이다.
잔가지 하나 빈틈없이 걸린 푸른 이야기
타는 마음 환장하듯 갈피갈피 한꺼번에 죄 물들이고는
바람 한 번 불적마다
우수수 낙엽으로 져 내리어 황망히 떠나가는 모습
속절없이 지켜보는 나무의 아픔과
시름시름 앓는 겉잡지 못할 쓸쓸함을 읽어내듯,
혼자 남겨져 멀어지는 내 뒷모습 아프게 바라볼 이의 슬픈 눈빛이며
쓸쓸하고 고통스러울 그 마음 애틋하게 밟히고 밟히어
차마 눈길 거두지 못하고
차마 돌아서지 못하는 마음이다.
사랑이란,
마른 나뭇가지 텅 빈 사이로
눈빛 시리도록 맑고 푸른 조각하늘을 올려다보며
아, 하고 속으로 감탄하듯
한 사람에게 그런 하늘이 돼 주고는
둥그런 희망으로 그 마음 환히 밝히어 살아갈 힘을 주고
별같이 빛나는 메시지 위로가 되어 자주자주 웃게 하는 일이다.
달빛처럼 은은히 지켜봐주는 일이다.
사랑이란,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 도무지 볼품도 없고
더 이상 어떤 희망도 없어 보이지만
어느 누가 새 잎이 나기를 성화하거나 재촉하지 않아도
파릇파릇 어김없이 새 잎이 돋아나듯,
그렇게 믿어주는 마음
말없이 오래 기다려주는 일이다.
사랑이란,
계절이 가고 오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자리에 뿌리를 박고 세찬 바람 온몸으로 이겨내며
날마다 조금씩 저 혼자 키운 깊고도 깊은 마음
마지막까지 지키는
나무 한 그루가 되는 일이다.
한 사람의 그늘 큰 나무가 돼 주는 일이다.
행여, 나무의 생애를 모르고 있다거나
나무의 마음을 읽어 본 적 없다면
버릇처럼 사랑하노라 쉽게 말하지도 말 것이며
사랑, 그 순백한 영토에
함부로 기억을 남겨서도 아니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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