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
김주혜
기차는 8시에 떠난다
그가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꺼낸다
마지막 인사를 남길 것이다
언제나 그랬다.
- 급히 떠나니 건강히 잘 있소-
그는 이별을 만남처럼 아주 간단히 쓰고 있다.
가슴이 메어온다
내 인생의 전부처럼 무성했던 이별
그 이별에 지쳐가고 있는 나는
숨어서 그를 바라볼 뿐이다.
기차는 8시에 떠났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는 올라탔고,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생각나면 빙하엽서 한 장 날아오겠지
그 인사에 내가 얼어가는 줄도 모르고…….
‘카테리니행 기차는 8시에 떠나네’
조수미의 기막힌 바이브레이션에
칠성판 위 노란 국화꽃이 시들고 있다
내 어깨도 노랗게 시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