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둥굴레차를 마시며
주혜1
2011. 2. 24. 08:28
둥굴레차를 마시며
김주혜
내 그대를 만난 것은 둥굴레꽃 속이었소
산길을 잃고 낙엽숲을 헤맬 때
그늘진 작은 꽃봉오리마다
소리나지 않는 방울 흔들며 그대는 다가왔소
인적 끊긴 산속에서 들려오는 바람소리가 나는 두려웠소
신발을 벗고 허리 구부려 조심조심
숨겨진 그대 방안으로 들어갔소
방금 만들어진 듯한 그 방안엔
무늬무늬 등불이 켜 있었고
창밖엔 날개 접은 햇살이 서성이고 있었소
그대는 아주 생소한 입맞춤으로 나를 안았소
고요함, 벗어던진 가시울 안에
비로소 내비치는 나의 갈망을 보았소
문득, 베란다 한귀퉁이 그대의 잎맥에서
꽃자국 선명한 흔적을 보았소
그것은 어느 봄날, 아주 짧은 불륜이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