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부활復活

주혜1 2012. 4. 7. 08:24

 

                                

 

    부활復活

 

                                                            김주혜

 

부활성야미사 시간, 앞좌석에 앉은 깡마른 노인에게 자꾸 눈길이 간다.

싯누렇게 바랜 성서를 침 묻혀가며 넘기는 그의 모습이 성요셉 같다. 이

제 곧 손에서 놓아야 될 손때 묻은 대패를 사랑스레 보듬듯 껍질만 남은

그의 앙상한 손가락마디가 꺼칠꺼칠한 보푸라기를 다 제거한 십자 나무

와 교차된다. 성서에 못 박힌 그가 고개를 들자 색유리에 반사된 그의 눈

에서는 금세라도 흠숭의 눈물이 흐를 것만 같다. “십자가에 매달으시오”

노인이 의자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는다. 온갖 풍상을 몸으로 단련한 나무

처럼 그 분을 향한 깡마른 그의 기도손에서 경사진 빛이 특이한 슬픔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영광송이 흐르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옷자락이 그에게

서서히 다가가고 있다. 바로 그가, 십자가를 깎은 노인은 아니었을까?

 


 

대영광송 / GLORIA


 

사진과 음악은 이동활의 음악정원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