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수리산 변산바람꽃을 아시나요

주혜1 2012. 5. 9. 14:11

 

수리산 변산바람꽃을 아시나요

 

 

                               김주혜 

 

 

바람꽃을 아시나요?

찬바람이 불어야 피는 꽃

 

 

수리산 계곡에 눈꽃이 사라지고

겨우내 감싸주던 바위가 눈물을 흘리면

땅에 코를 박고 봐야만 하는

눈물처럼 애처로운 꽃

 

 

목을 길게 늘여도 닿지 않는

그리움의 결정체

그 가녀린 숨결 끝에

하늘색 술을 단 상여처럼 하얀 꽃

 

 

행여 남의 눈에 띌까

바람 따라 날아와

송글송글 조심스레 피어

눈짓 한 번에 숨통이 끊어지는 꽃

 

 

온몸이 마비 된 채 태어나

아홉 살 되던 해 ‘엄 마’ 하고 입을 떼고,

다음 날 ‘아 퍼’ 하고 기쁨 주더니

다음 날 ‘엄 마, 아 퍼’ 하며 하늘꽃이 된 요한이

 

 

새파랗게 기다리다 단명하는

수리산 변산 바람꽃을

굳이 보시려거든

발밑을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