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사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김주혜
탐스럽게 가슴을 연,
그 희디흰 젖줄을 빨아올린 대지에
광채처럼 종소리가 쏟아진다
초록과 황금의 불꽃이 하늘을 밀어올린다
땅과 하늘 사이, 그 투명함 속에서
나는 왠지 자꾸 허기가 졌다
목이 말랐다. 목마른 사과나무가 되어
그늘진 빛 사이 바람의 숨결을 듣는다
피리소리도 들려왔다
손가락 마디마다 푸르른 즙액이 튀었다
목소리, 작은 목소리들이 들렸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불현듯, 명치 끝에서 한웅큼의 끼가 치밀었다
나를 들뜨게 하는 그 가벼움 속으로
종소리가 바다 뒤척이는 소리를 몰고 왔다
덩실덩실 흔들리는 바다, 하늘....
사과나무에서 옷 벗는 소리가 나고
축축한 어둠이 스테파네트의 별을 데불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