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싶을 땐 시계를 본다
주혜1
2014. 1. 7. 18:30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싶을 땐 시계를 본다
김주혜
지금, 내 시계는 태엽이 풀렸다
아니, 스스로 시계이기를 거부하고 있다
두 개의 바늘은 비뚤어진 소리를 내며
서로 맞물려 있다
금빛의 벌처럼 몸을 부르르 떨며
아직 다하지 못한 말을 중얼거리듯이....
조용해라, 삐죽거리는 입을 틀어막고
천천히 시간의 옷을 벗겨내기 시작한다
땀내나고 얼룩진 그 속옷부터 털어낸다
비틀거리거나 우두둑 소리를 내서도 안 된다
스스로 파놓은 거푸집 속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고집하는 너와 나
그 쓰디쓴 쓸개도 떼어낸다
떨어져나간 시간들이 째깍대며
젖은 눈꺼풀을 짓누른다
시계가 망가질 때마다 나는
지나온 내 시간들을 어루만지며
되돌릴 수 없는 그 불면의 상처들을
새 살로 키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