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신호
김주혜
남한산성을 내려가다 멋진
남자를 만나 태우고 가라며 일러주는
전영주시인의 말을 곧이들었다
좌측으로 돌아 또다시 우측으로 돌며
굽이굽이 산비탈을 돌아 내려오며
샅샅이 눈여겨 봐도 멋진
남자는 커녕 그림자도 안 보인다
이상하다, 내가 너무 빨리 가고 있나
창밖에서 바람과 나뭇잎이 히히덕거린다
그들의 말을 엿들으려
천천히 속도를 줄인다
내가 엿듣는 바람의 세계
그들이 엿보는 빛의 세계
그 빛 속에 끼기긱 햇살이 찢어지고
누군가 번쩍, 위험신호를 보내온다
베아트리체에게 이끌린 단테가 본 빛
길이 끊어지고 저쯤에서 누군가 손짓을 한다
구슬픈 뽕짝 가요가
심수봉의 목젖에 매달려 떨고 있다
ㅡ당신은 배, 나는 항구
배가 도착하고 있다는 소식인가
멋진 바다로 가면 근사한 항구가 되련다
브레이크를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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