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단 새는 자유롭다
김주혜
오늘 아침 나의 새는
싸늘한 가슴으로 내게 왔네
가지에서 가지로 옮아 다니는
즐거움은 그의 것
날개에 묻어나는 외로움도 그의 전부
수없이 머리를 조아리는 긴 기도와
단 하나 그가 비켜설 수 있는
아늑한 둥지 속도
그의 텅 빈 울음소리를 채울 수는 없었지
그가 주는 모이를 먹으며
깃털 속 눈부신 꿈 들춰보는 시간
그 시간들을 지키기 위해
새는 더 이상 머물 수 없음을 알았네
아주 짧은 순간, 새는
본 적도 없는 나무들의 손짓과
숲을 덮을 듯한 날개를 펼친
그의 모습을 보았네
새는 이윽고
지극히 가벼운 무게로 떠올랐네
자유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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