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329

작고 가난한 사람들 앞에 허리를 숙이는 섬김과 봉사의 왕,

왕이란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어찌 보면 세상 불쌍한 존재가 왕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일 높은 자리에 앉아 있지만, 그것은 빛깔 좋은 개살구나 비슷합니다. 나라 전체를 책임지고 있으니, 그의 머릿속은 수백 가지 근심 걱정거리들로 가득합니다. 나라가 태평성대면 괜찮은데, 세상의 나라가 어디 늘 그럴수가 있겠습니까? 어떤 때는 오랜 가뭄에 시달리고, 어떤 때는 예기치 않았던 대참사도 벌어지고, 이웃 나라들 지속적으로 찝쩍대고, 차라리 왕이고 뭐고 다 던져 버리고 멀리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도 자주 할 것입니다.세상의 모든 왕들이 겪는 고초입니다. 세상의 왕권이라는 것, 그렇게 부질없는 것이고, 보잘것없는 것이고, 다 지나가는 것입니다. 특히 그 왕좌에 앉아 있는 사람의 자질이나 품성이 지극히 결핍될 ..

스토리1 2024.11.24

상징, 인간 문명의 잃어버린 언어

상징, 인간 문명의 잃어버린 언어 조광호신부현대인은 상징의 세계를 잃어버렸습니다. 과학적 실증주의와 합리적 사고를 지나치게 숭배한 결과, 우리는 보이는 것에만 매달리고, 보이지 않는 깊이와 초월적 의미를 간과하게 되었습니다. 상징(symbol)은 단순한 신호(sign)가 아닙니다. 그것은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실재를 연결하는 다리이며, 인간의 내면과 초월적 진리를 통합하는 언어입니다.인간은 **"상징적 동물"**입니다. 언어, 예술, 종교, 신화, 과학과 같은 인간의 모든 문화적 활동은 상징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상징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재구성하고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며, 인간을 물리적 존재를 넘어 영적이고 초월적인 존재로 이끄는 도구입니다. 그..

스토리1 2024.11.21

날리고 날리고 날리면

. 조광호 신부 날리고날리고 날리면 불이 날 수가 있다.몇 해 전 남쪽 대통령이 ‘날리면’이라는 비속어 ‘말풍선’을 날려, 나라 안팎이 시끌시끌하였다.올해엔 북쪽 최고지도자란 사람이괴물 같은 오물 풍선 ‘날리기’로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이제 그 시끄러움은 밤을 새우는확성기 괴성으로 분계선 남쪽 주민들은극심한 불면으로 괴로워하고 있다.허리가 동강 난 나라우리의 분단을 단순히남의 탓으로 돌려선 안 된다.우리의 분단은 결코강대국 이해타산의 희생물이 된 것이 아니다.오늘 우리의 분단은 해방과 함께 신탁과 반탁으로 서로 갈라져 싸우던권력다툼의 결과란 것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이 반민족적 역사적 잘못을 잊어서도 덮어서도 안 된다.바로 이 권력다툼의 결과가피와 눈물로 얼룩진 분단 70년의 역사다.권력을 탐한..

스토리1 2024.11.18

예술에 대한...

예술에 대한 놀라운 몰이해                        조광호 신부  우리는 전시장에서 아주 낯설지 않은 현상을 만난다. 추상 표현적인 그림 앞에서 “저기 있는 황소 대가리 같은 검은 색채는 무엇을 의미하나요?” “ 저기 저 비틀어서 있는 사람은 왜 닭대가리 위에 서 있나요”하고 질문하는 사람들 앞에 당황하는 것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노벨상 수상자가 한강의 소설에 대하여 세상이 보는 눈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 있다.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사람, 싫어하고 헐뜯으며, 그 수상이 슬프고 부끄럽다는 사람들도 있다.어쩌면 이는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어느 편에서 서 그 이론을 전개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 내가 ‘슬프고 부끄러운 것’은 예술에 대한 놀라운 무지와..

스토리1 2024.11.14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다.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다. 마르틴 부버(1878-1965)의 [나와 너]는 '대화철학'의 저서입니다. 거의 백 년 전 유럽에서 출간된 책이지만 지금 우리 삶의 자리에서 절실함을 더하는 '오늘을 위한 고전'이라 하겠습니다. 평생 교육과 공동체적 삶을 통하여 사상을 실천한 사람이라는 점도 모든 이에게 호소력을 갖는 이유라 하겠습니다.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다." 라는 구절은 이 책을 주제를 잘 요약합니다. 만남은 깊이 있고, 정신과 감성과 영혼이 깃든 대화를 통해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진정한 대화는 남에게 부수적인 존재로 '너'를 보는 게 아니라 "나와 너"라는 '근원어' 안에서 자라납니다. '나' 와 '너' 의 관계성 안에서 타인을 대하고 경청하며 말을 건넬 때 인간적 만남이 발생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스토리1 2022.02.28

추억이 행복의 샘이 될 때

요즘 '레트로' 라는 단어를 많이 붙일 때가 있습니다. 이 복고취향의 단어로 사람들은 마음의 풍경을 엿보며, 어쩌면 간직하고 싶은 추억, 찾고 싶은 소망을 그리워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문득, 이라는 프랑스영화가 떠올라 다시 보았습니다. 50년대말 알제리 전쟁으로 혼란스러운 시대를 배경으로, 쟈크 드미 감독의 뮤지컬 영화입니다. 이십 대 초반의 '까뜨린느 드뇌브' 를 세계적인 스타가 되게 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아직 사랑을 간직하고 지켜갈 힘이 없을 때 나눈 첫사랑이 사라져가고, 그럼에도 각자 인생의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쟈크 드미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전쟁을 반대하는, 그리고 무엇이든 행복을 파괴하는 무언가에 반대하며 ' 극도의 즐거움, 정제된 즐거움' 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가 타계한 후 그..

스토리1 2020.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