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타(如如)놀이/ 박제천 박제천/ [타타타(如如) 놀이] 지난여름 배코를 쳤다. 삭도나 삭발기를 사용하지 않고, 면도기만 이용해도 충분했다. 멋이 아니라, 뒷머리칼만 조금 남아서 이발을 하자니 그렇고, 안하자니 지저분하다. 일단 깎아치웠더니, 시원하고 깨끗해서 좋았는데, 가을이 깊어가자 머리통이 선선해지.. 좋은 시 2017.05.06
아이의 노래 ㅡpeter Handke 아이의 노래 - Peter Handke아이가 아이였을 때 팔을 휘저으며 다녔다 시냇물은 하천이 되고 하천은 강이 되고 강도 바다가 된다고 생각했다 아이였을 때 자신이 아이라는 걸 모르고 완벽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세상에 대한 주관도, 습관도 없었다 책상다리를 .. 좋은 시 2016.09.07
[스크랩] 독립문의 비밀 / 오영수 독립문의 비밀 / 오영수 사람들은 일제의 강점에서 벗어나려는 마음으로 서대문에 독립문을 세웠다고 알겠지 누구나 다 그렇게 알고 있겠지 독립문 편액을 이완용이가 썼다하면 어 그래 하고 말겠지 독립문 세워진 자리가 청나라 사신 영접하던 영은문 자리에 세웠다는 것을 알아도 그.. 좋은 시 2016.07.07
남은 세월이 얼마나 된다고 남은 세월이 얼마나 된다고 가슴 아파하지 말고 나누며 살다 가자. 버리고 비우면 또 채워지는 것이 있으리니 나누며 살다 가자 누구를 미워하지도 누구를 원망하지도 말자. 많이 가진다고 행복한 것도 적게 가졌다고 불행한 것도 아닌 세상살이 누군가를 사랑하며 살아갈 날도 많지 않은.. 좋은 시 2016.04.22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이해인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 이해인 진정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은 구분해서 인연을 맺어야 한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좋은 인연을 맺도록 노력하고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무심코 지나쳐 버려야 한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헤프게 인연을 맺어 놓으면 쓸만한 인연을 만.. 좋은 시 2016.04.19
선암사의 봄 저리도 꽃이 붉은데 남명스님 글씨는 여직 취해 있다. 가신 지 몇 해나 되었을까 칠전선원 빈 선방에 앉아 단청같이 붉은 눈빛 낮달이 흐르던 산중 운필이 꼭 취객처럼 서글펐다. 이름난 고관대작에서 유곽의 여인에 이르기까지 벽안당 처소에서 육두문자처럼 쏟아지던 괴각 거칠 것이 .. 좋은 시 2016.04.15
내가 늙었을 때 내가 늙었을 때 드류 레더 내가 늙었을 때 난 넥타이를 던져 버릴 거야 양복도 벗어 던지고, 아침 여섯 시에 맞춰 놓은 시계도 꺼 버릴 거야 아첨할 일도, 먹여 살릴 가족도, 화낼 일도 없을 거야 더 이상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내가 늙었을 때 난 들판으로 나가야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 좋은 시 2015.06.21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이어령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하나의 공간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조그만 이파리 위에 우주의 숨결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왜 내가 혼자인가를 알았다. 푸른 나무와 무성한 저 숲이 실은 하나의 이파리라는 .. 좋은 시 2015.05.19
수은등 아래 벚꽃 수은등 아래 벚꽃 황지우 사직공원 비탈길, 벚꽃이 필 때면 나는 아팠다 견디기 위해 도취했다 피안에서 이쪽으로 터져나온 꽃들이 수은등을 받고 있을 때 그 아래에선 어떤 죄악도 아름다워 아무나 붙잡고 입맞추고 싶고 깬 소주병으로 긋고 싶은 봄밤이었다 사춘기때 수음 직후의 그 .. 좋은 시 2015.05.12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 간 소설가를 위해.. 좋은 시 2015.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