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295

세상은 아직 살아볼 만하다

세상은 아직 살아볼 만하다. ㅡ윤문자 시인께 김주혜 숲속 시인학교 전주 답사를 마치고 논산에 들렀지요 윤문자 시인이 팔딱팔딱 뛰며 반겨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지요. 이 별 저 별 번갈아가며 정분을 나누다 해걸이까지 하는 엉덩이 커다란 항아리며 바다에서 데리고 온 돌 관객 하늘까지 부풀어오른 못자리의 초록빛 아우성은 또 어떻구요 서둘러 그녀는 잔을 준비했고 넘치도록 축배를 불렀지요 거실 안이 술 향내로 술렁거렸고 냉수보다 시원한 개구리 합창을 들으며 오랜만에 행복했지요 키 작은 땅땅한 갯바위가 갯내를 풍기지만 않았어도 베란다에 쏟아지는 초록 들판만 아니었어도 윤시인이 안겨주는 춘란만 아니었어도 세상에 일단 휴직계 내려고 했는데….!

나의 시 2021.12.19

수석, 얼굴

김주혜 돌덩이 하나를 주웠다 흙 속에 박혀 거칠고 주름진, 초라한 돌덩이 손바닥에 위에 울려놓으니 불이었다, 불꽃이었다, 이내 숭숭 구멍 뚫린 차가운 돌덩이로 앉아있는 너. 운명선 밖으로 튀어나온 불필요한 부분을 떼어낸다 쿨럭하며 그가 받은 몫의 어둠이 내려앉는다 강이 흐르고, 강 한가운데 별이 떠 그곳에서 내리는 빛, 빛, 빛 그 빛의 흐름 따라 보이지 않던 바다가 출렁인다 수평선 아래로 붉은 그림자가 떠오른다 물안개가 일고 般若반야의 노래소리가 들린다 마음이 곧 부처니, 어찌 먼 곳에서 찾느뇨. 비로소 눈을 뜨는 얼굴. A Viewing Stone, a Face Joo-hae Kim Trans. by Dong-wook Kim I picked up a stone, a shabby stone embedd..

나의 시 2021.12.02

꽃눈

아버지별.6 -꽃눈 아버지는 온 몸의 피를 다 쏟으시려나 보다. 유리병 속의 노란 수액들이 방울방울 눈물을 흘리는 동안 나는 웃고 있었다. 어떻게 살 수 있겠니. 괜찮아요. 나쁜 피는 다 쏟 아야 한대요. 순하게도 내 말을 믿으시는 아버지의 위 속 으로 얼음물을 연신 넣으며 출혈이 멈추기를 기다린 나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고, 차츰 아버지의 동공은 열리고 있었다. 얘야 아직도 멀었냐. 이제 다 됐어요. 조금만 참으세요. 병원 창밖에는 꽃눈이 내리고 침대 시트엔 붉은 철쭉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얘야 물 좀 다오. 의사가 물 드리면 안 된대요. 5월 꽃눈 내리는 날, 아버지는 물 한 모금 주지 않는 나를 원망하며 하얗게 가셨다.

나의 시 2021.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