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145

내가 시를 쓰는 이유

시를 쓰는 것과 시를 아는 것, 이 둘은 서로 연관되어 있지만 서로 다른 것이라 시를 안다고 다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시를 쓰는 시간은 나를 만나는 일이다. 한 줄 한 줄 내 삶의 한 부분을 도려내는 살갖이다.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한 방편이니 시는 내 분신이다. 시가 넘쳐나고 시인이 늘어나는 이 시대에 나의 넋두리가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해 주고 기억해 준다면 아웃사이더는 면하지 싶다. 어렵다.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는 천부적인 감성과 디엔에이가 필요한 것이라고 번번이 나는 뒷걸음질 친다. 이집트 종살이하듯 어두운 , 미련하고 공허함으로 이루어진 나의 공간들이 내 심신을 갉아먹고 있을 때 끊임없는 사랑을 준 이들이 있어, 그 어두운 심연에 낚싯줄을 던져 메타포를 건져 올리고, 오브..

나의 이야기 2024.04.15

시집 [연리지 되어] 발간, 축사

[축사 말씀] 안녕하세요? 김주혜입니다. 먼저 시집 연리지가 되어 상재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제게 축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황귀옥시인님 고맙습니다. 돌이켜보면, 황귀옥님이 오늘날 시인으로 등단하시고 이렇게 시집까지 내시기까지 제일 기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이 바로 저일 겁니다. 그러니까 20여년 전 황귀옥시인을 만난 건 하느님의 지시였다고 믿습니다. 당시 황시인께서는 몸도 마음도 매우 아프신 상태로 삶의 의욕까지 상실해 있는 시기였습니다. 성당 교리교사의 임무로 하느님을 알려 드리라는 수녀님의 지시에 따라 무심코 방문하면서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댁을 방문하여 황귀옥 님의 모습을 본 나는 하느님을 알리기 전에 예쁜 딸과 인자한 남편에게 몸이 편찮으시니 짜증을 내시는 모습을 보..

나의 이야기 2024.03.15

4번째 시집 [파르티타 6번] 상재하다.

김주혜 시인, 신작 시집 『파르티타 6번』 발간 김주혜 시인, 신작 시집 『파르티타 6번』 발간 영성의 깨우침과 예술미학의 성취 고독한 내면탐구, 생명과 존재의 파동 김주혜 시인의 신작 시집 『파르티타 6번』이 문학아카데미시선 322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집은 제1부 제2부 제3부 제4부 제5부 에는 고명수 시인(전 동원대 교수)의 해설 「고독한 내면탐구의 미학적 성취」가 수록되었다. 고명수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고통과 희망의 사회적 연대를 꿈꾸는 시인의 미학적 성취가 더욱 넓고 깊어져서 디지털 환경 속에서 피폐해져가는 독자들로 하여금 깊은 영성적 깨달음과 감동을 주기를 기대한다”며 새시집 발간의 의의를 새겼다. 더불어 박제천 시인은 “삶의 무상과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 교직하면서 겹쳐지는 영성의 깨..

나의 이야기 2022.10.14

정숙자시인의 티스토리에 조명한 글 캡처

시간을 그리는 남자 - 로만 오팔카 김주혜 바닷가, 검은 물떼새 날아가는 모래사장 한 남자가 흰 물감을 흠씬 묻힌 붓을 들어 검은 캔버스에 하얀 숫자를 풀어놓는다 로만 오팔카를 닮은 남자, 검푸른 바닷물에서 하얀 시간을 끄집어내려는 듯 그의 흰 셔츠 등판에 늘어진 검은 머리카락까지 흰 붓끝이 되어 눈부시게 흔들린다 막 가라앉기 시작하는 검은 시간들이 붓끝으로 몽땅 끌어올려져 하얀 시간이 되어 검은 캔버스에 쌓인다 어두운 내 시간도 꺼내 그의 붓끝으로 던져버렸다 하얗게 채워지는 희망의 숫자들 하얀 나비 떼가 검은 캔버스에 가라앉자 하얗게 드러나는 숫자, 숫자들 마침내 그가 붓을 놓는다 비로소 완성되는 다가오는 시간, -전문 (p. 191) * 로만 오팔카(Roman Opalka, 1931-2011, 80세..

나의 이야기 2022.09.02

공간시 낭독회 소장전에 나온 내 손편지/ 정숙자시인

공간시낭독회 회원 소장전에 나온 내 손편지 정숙자 시인 등단 이후 줄곧 편지를 써왔다. 개인이 발간한 시집이나 수필집, 기타 어떤 책이든 내 집주소와 이름, 보내는 분의 사인이 들어있는 책에 대해서는 성실히 답신을 띄웠다. 한두 번 정도 빼먹은 것으로 기억하는데 거기에는 그럴만한 까닭이 없지 않았던 게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런데 내 편지라는 것은 등단 이후뿐 아니라 초등 4년 때부터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한글을 반듯하게 쓸 수 있게 되면서부터 출발된 셈이다. 아버지의 지시에 따라 각지에서 부쳐오는 친척들의 우편물에 즉답했고, 점차 동네 할머님들의 편지까지 대필하게 되었다. 뿐일까, 중매가 깨어진 앞뒷집 언니들의 처지를 대필해주어 혼인이 성사되기도 했고, 나중에는 종단에서 파면 위기에 몰린 스님의 ..

나의 이야기 2022.09.02

윤정구시인의 부채 시

김주혜: 문학아카데미 1회 졸업생의 신화 문학아카데미 1기 김주혜 시인이 4년 전 을 수상했을 때. 인터뷰를 하고 나는 “화려한 슬픔의 별”이라고 썼다. 글의 시작은 이렇다. 가장 아름다운 이름의 문학상 을 올해에는 김주혜 시인이 받는다고 한다. 시회에 잘 나오지도 않고, 동안거 끝나면 곧바로 하안거를 준비하며 용맹정진하는 수도자처럼, 남몰래 숨어서 가끔 시퍼런 시의 칼날만을 번쩍 내보이곤 하는, 강호의 숨은 고수 김주혜 시인을 찾아내어 뽑았다니, 늦은 대로 시인상을 뽑는 시인들의 눈밝음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시인은 시로 말해야 한다고 했던가. 김주혜 시인의 시력을 한눈에 보여주는 세 권의 시집 『때때로 산이 되어』(1992), 『아버지별』(1998), 『연꽃마을 별똥별』(2008)을 다시 읽고, ..

나의 이야기 2022.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