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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핑크스의 통로, ㅡ시와 함께

주혜1 2026. 2. 11. 09:00

제목을 스핑크스의 통로라고 정한 이유를 묻는 평범한 대학생에게 답글을 올리며 반갑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린다.

 

이 시집은 시와 함께 동인들이 펴낸 동인지다. 당시 많은 관심을 받은 걸로 기억하고 있다. 근래 이 블로그를 방문한 평범한 대학생이라고 신분을 밝힌 분이 이 책을 오래된 서점에서 발견하고 제목을 정한 이유가 궁금하다면서 방명록에 확인해 달라는 글을 올리셨다. 반가움에 사진을 올려본다. 그 평범한 대학생이 30년이 지난 이 동인지를 보셨다는 것도 신기할 뿐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대학생일 듯해서.... 그러나 독자가 있다는 것이 더욱 신기할 따름!

등단 초기의 시집이 한 대학생에게 발견되었다는 데 더욱 긴장이 되었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반가웠다. 그 대학생은 시집 제목이 스핑크스의 통로 라고 정한 이유가 궁금하다고 했다. 나는 그 시절 우리들이 [초보의 실수]임을 뒤늦게 알았다. 당연히 스핑크스의 통로 라는 시 한 편이 실렸어야 했다. 헌데 우리들 당시 회의하기를 시를 쓰는 작업은 수수께끼 풀듯이 어렵고 왕가의 무덤처럼 은유와 비유가 재미와 감동이 있지 않겠냐는 공론으로 그렇게 제목을 정하고 해설을 고옥주씨가 [ 무덤을 여는 사람들] 이라고 우리들을 소개한 것이었다. 대학생의 의문이 너무나 반갑고도 신선하였으며 동인지 하나, 시집 한 권도 정말 신중하고 적확하게 펴내야 할 것 같다는 책임감을 갖는다. 남학우라는 분, 본명은 아닐 터이고 큰 문학인이 될 분임을 미리 예측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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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박 승 미

 

산이던 자리에 산이 없다.

다리마저 끊겨 아득한 정경인데

나무 등걸에 걸려 찢긴

흰 치맛자락만

너울거린다.

 

치마 뒤집어쓰고

풍덩 소리 나게 빠져?

 

해당화로 피고 지고 하더니

꽃을 본 사람은 없었다.

 

 

 위험신호

 

                       김 주 혜

 

남한산성을 내려가다

멋진 남자를 만나 태우고 가라고

일러주는 전영주시인의 말을 

나는 곧이들었다

좌측으로 돌아 또다시 우측을 돌고

굽이굽이 벼랑길을 돌아 내려오며

샅샅이 둘러보아도 멋진 

남자는커녕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이상하다, 내가 너무 빨리 달리고 있나

사방에서 바람과 나뭇잎이 시시덕거렸다

나는 그들의 말을 엿들으려

천천히 속도를 줄인다

내가 엿듣는 세계

그들이 엿보는 세계

그 속에서 끼기긱- 햇살이 찢어지는 소리

어디에선가

번쩍, 위험신호를 보내온다.

 

 

낚시

                고 옥 주

  

비 온 뒤 흙탕물 속 열어보고 싶어

깊은 물 밑 손바닥에 건져 올리고 싶어

먼 파도 끝 끌어오고 싶어

작은 섬 아래엔 무엇이 있을까

바다 바닥엔 보물이 있을까

 

물은 제 비밀 제 몸은 보여주지 않고

작은 물고기나 한 마리 던져 준다

아직도 알 수 없는 물

자꾸만 찾아간다

 

 

홀로코스트/ 홀로그램

 

                      전 영 주 

     

홀로코스트 홀로

홀로

홀로그램, 홀로

외로운 가상.....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학살

 

폭삭폭삭 꽃이 지고 있는 목련나무 길

바닥이 환해 오는 저녁에

어제저녁에

바로 요기서. 어떤 남자가

변심한 여자를

벽돌로 쳐 죽였다고

바로 요 앞의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그도 떨어졌다고.

 

발목에 벽돌을 하나씩 매달고.

 

 

꽃사과

 

            이 창 화

 

겉살은 더 떼어내도 아프지 않아

내미는 순결함 안으로 여기저기

상처가 살포시 피로 맺혀 있는 사람들

 

이제 나의 기도는

나를 위한 것일 수밖에 없어라고

길고 긴 사슬을 풀어내어

제 몸을 감으며 꽃분홍 춤을 추는

굳어져가는 슬픔이나 행복들

언제나 설레게 할 수는 없을까

이제 겉은 아프지 않아

벌레 먹은 속살이 아플 뿐

숨겨 놓았던 순결이 티가 되는

벌레가 쏠아내는 이웃들의 얼굴에

잘디잔 점들이 박혀 있는 것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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