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좋은 시 감상- 맨발/ 문태준

주혜1 2005. 12. 5. 08:50
 

맨발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 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