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스크랩] 울엄마 하늘나라 가셨네 4

주혜1 2006. 12. 22. 15:01
  
06,12,19................ 
억새가 손짓하는 곳으로 가보니 갑자기 
눈이라도 내릴 양, 
희부옇게 안개가 눈앞을 가립니다. 
잠시 과거로 돌아가니 통한의 눈물이 
앞을 가려 보이질 않습니다.
드디어 눈바람이 몰아치고 
나뭇가지 흔들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울엄마 회초리 들고 쫓아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쩡쩡 소리 지르며 다가오는 소리 들립니다. 
새털 같이 가벼운 울엄마 
쫓아오며 거칠게 몰아쉬는 숨소리 들립니다.
울엄마 회초리든 손 스르르 내려올 즈음 
엄마 곁으로 가 꼬옥 안아드립니다. 
울엄마 밀쳐내다가 이내 웃음을 짓습니다.
울엄마 순한 울엄마 
온몸으로 자식 키우며 눈물조차 말라버렸지만 
가슴은 지구보다 넓은 울엄마.  
노래 한 곡조 뽑아 부르며 따라갑니다. 
엄마 일 가는 길엔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밤 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 발목 바쁘게 내게 오시네 
밤마다 보는 꿈은 하얀 엄마 꿈 
산등성이 너머로 흔들리는 꿈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초가집 뒷산 길 어두워질 때 
엄마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눈물 속에도 사악하고 비열한 나는 
나대로 슬픔을 해석하고 내 설움에 젖어 눈물을 흘린다. 
내 고통이 울엄마 고통보다 더 크고 힘들다고 
엄살을 떨며 엄마의 고통을 외면했다. 
물봉선, 이름부터가 슬프다. 물봉선 보면 울엄마 생각이 난다. 
물봉선 주위를 에워싸는 칡넝쿨, 다래넝쿨, 개망초 들이 미워진다.
물봉선을 못살게 구는 우리 형제들 같기 때문이다. 
물봉선은 그 앙증맞고 예쁜 모습을 보일 수가 없다. 
그의 눈물과 그의 사랑을 넝쿨들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칭얼대며 얽혀있다. 
울엄마 피 빨아먹고 산 내가 넝쿨 사이로 보인다. 
으름나무가 꼭대기에서 굵은 회초리를 들고 으름장을 놓는다. 
으름이 주렁주렁 열렸어도 한 개도 울엄마 갖다 준 적도 없었다. 
모두 내 입으로 들어갔다. 
저 달맞이꽃도 알고 있다. 저 앉은뱅이 꽃, 
쑥부쟁이 보랏빛 입술도 알고 있다 
내가 울엄마에게 얼마나 잘못했는지.. 
으름 한 개를 따서 고이고이 품에 안고 돌아온다. 
엄마의 유골인 양. 
눈 오고, 바람 불고, 비가 온다. 
이 비가 그치면 지독한 추위가 나를 얼게 할 것이다.
내가 언다고 울엄마 보고픈 마음까지 얼릴 수는 없을 거다. 
평생 흘릴 눈물을 아버지 여의고, 알퐁소 보내고 다 흘렸기에 
눈물이 메말라 안구건조증에 걸렸건만, 
울엄마 보내고는 눈물샘이 새로 파였는가 보다. 
아니 관절마다 뼈마다 신경세포마다 샘줄기가 차고 올라와 
마를 줄 모르게 눈물이 솟아난다. 
물싸리나무 물푸레나무, 물가리나무 물참나무 물옥잠 물봉숭아 
들이 글썽이는 눈으로 따라와 
독성 강한 눈물주사를 놓고 간다. 
엄마, 엄마, 엄마.....ㅠㅠㅠ
출처 : 울엄마 하늘나라 가셨네 4
글쓴이 : 주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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