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스크랩] [뼈의 노래/문정희]

주혜1 2008. 3. 29. 09:24

 




 
 
    뼈의 노래 짧은 것도 빠른 것도 아니었어 저 산과 저 강이 여전히 저기 놓여 있잖아 그 무엇에도 진실로 운명을 걸어보지 못한 것이 슬플 뿐 나 아무것도 아니어도 좋아 냇물에 손이나 좀 담가보다 멈춰 섰던 일 맨발 벗고 풍덩 빠지지 못하고 불같은 소멸을 동경이나 했던 일 그것이 슬프고 부끄러울 뿐 독버섯처럼 늘 언어만 화려했어 달빛에 기도만 무르익었어 절벽을 난타하는 폭포처럼 울기만 했어 인생을 알건 모르건 외로움의 죄를 대신 져준다면 이제 그가 나의 종교가 될 거야 뼛속까지 살 속까지 들어갈 걸 그랬어 내가 찾는 신이 거기 있는지 천둥이 있는지, 번개가 있는지 알고 싶어, 보고 싶어, 만나고 싶어 詩/문정희

출처 : ★아름다운 미술관★
글쓴이 : 정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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