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봄날 오후 김여정 머릿결 고운 햇살이 벗은 나무 잔가지를 간지럽히고 잔가지들은 간신히 터져나오는 웃음을 깨물어 삼키며 연두빛 입김을 내뿜는 3월 중순의 오후 나는 서투른 붓끝으로 목련 꽃봉오리를 그린다 봄의 감성에 개칠을 하며 번지는 먹물 속에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의 강물에 기원의 목련 꽃송이를 띄워 보낸다 이미 아득히 멀리 흘러가버린 나의 봄날의 등뒤로 붉은 목련 꽃잎이 내 심장에 지울 수 없는 지문을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