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코리아>간통 사라지면 예술은 없다
【서울=뉴시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에 공감하는 남녀가 많다. 그 만큼 ‘불륜’은 낯설지 않은 단어다. 옛날부터 그랬다.
소설, 영화, 그림, 음악, 연극 등의 예술작품에서도 불륜은 좋은 소재다. 용감한 젊은 기사와 중년 귀족부인의 연애에서부터 시골 부녀자의 스캔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학작품과 예술 장르에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대중과 가장 친근한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불륜’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영화 ‘바람피기 좋은날’은 제명 그대로 유부녀들의 ‘바람’을 소재 삼았다. 연출자 장문일 감독은 “소재가 불륜임에는 분명하지만 단순한 바람이 아닌 여성의 자의식으로 접근해 보려 했다. 역사적으로 불륜은 예술작품의 소재로 오랜 시간 다뤄졌던 것이다. 그 만큼 되짚어 봐야할 소재라는 점”이라며 불륜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내 생애 최악의 남자’는 성희롱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면서 결혼한 남녀의 맞바람을 다루고 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는 열정은 식었지만 친구 같은 커플 엄정화·박용우, 건조한 커플 이동건·한채영 등 네 남녀의 엇갈린 만남을 그린다. 서로 파트너를 바꿔가며 은밀하고 위험한 연애에 빠져드는 이들이다.
‘내 생애 최악의 남자’ 역시 염정아, 탁재훈이 대충 결혼한 다음날 완벽한 이상형을 만나 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영화 홍보사 측은 단순한 불륜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바람이라고 하기에는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라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연극 무대에서도 불륜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 대학로 허밍스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연극 ‘미스터 로비’는 불륜, 섹스, 도박 등 은밀한 단어들이 연상되는 모텔에서 벌어지는 일상사를 소재로 했다.
또 다른 연극 ‘8인의 여인’은 프랑스 귀족집안을 배경으로 한 집에 사는 여인 8명의 비밀이 하룻밤에 폭로된다는 설정이다.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범인을 쫓는 추리극으로 불륜과 근친상간, 동성애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썸걸즈’에서는 한 남자가 옛 여인들을 만나며 뻔뻔한 사랑을 보여줬다. 극작가 겸 연출가 닐 라뷰트의 원작인 이 작품은 젊고 아름다운 약혼녀와 결혼을 앞둔 남자 주인공이 과거에 자신이 ‘버렸던’ 여자 4명을 호텔방으로 불러내면서 벌어지는 블랙코미디 멜로다.
고급예술로 통하는 오페라에서도 불륜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나비부인’은 아시아적 선율과 정서, 전쟁과 사랑, 여인의 정절을 감미롭게 그려낸 푸치니의 최고 걸작이다. 하지만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집안의 몰락으로 게이샤가 된 젊고 아름다운 초초상(나비부인)과 미군 해군 중위의 비극적 사랑을 담고 있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역시 소재가 과감하다. 오페라의 주역이 매춘부다. 순진한 총각과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한다는 내용이다. 초연된 19세기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라 베니스의 검열관들은 “당대의 이야기로 하지 말고 18세기로 배경을 옮겨라”고 권하는 등 내용에 신경을 많이 썼다. 당대의 부정적 사회현상을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어 어찌 보면 부조리한 현실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가면무도회’ 등에서도 사랑, 배신, 치정 등 여지없이 불륜의 장면이 등장한다.
오페라의 새 지평을 연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는 리하르트 바그너도 불륜을 예술로 승화했다. 예술가로 인정받았지만 항상 여자와 둔 문제로 떳떳지 못했던 바그너는 부인을 두고 부유한 사업가 오토 베젠동크의 아내 마틸데와 관계가 뜨거워졌다. 열렬히 편지를 주고받으며 불륜을 일삼았다. ‘마틸데 베젠동크의 시에 의한 5개의 가곡집’은 바그너가 쓴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악극 대본을 읽소 마틸데가 쓴 시에 바그너가 곡을 붙여 만든 연가곡집이다. 이뤄질 수 없는 마틸데와의 사랑을 승화시킨 연가곡인 셈이다.
‘생각하는 사람’으로 유명한 조각가 로댕과 제자 카미유, 로댕의 아내 로즈의 이야기도 당대를 풍미했다. 19세기 말 라파엘전파 화가 로제티와 그의 모델 제인 모리스, 제인의 남편 윌리엄 모리스도 삼각관계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이들 모두의 작품에는 뜨거운 남녀간의 사랑이 자주 등장한다.
‘불멸의 고전’에도 불륜은 어김없이 나타난다.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파올로와 프란체스카 커플은 형수와 시동생의 불륜을 담고 있다. 아더왕의 기사 랜슬럿과 주군의 왕비 귀네비에의 비극적 사랑, 숙모와 조카 관계인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파괴적 사랑 모두가 불륜이다.
로마신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미와 사랑을 상징하는 비너스는 제우스 만큼이나 바람둥이다. 비너스는 남편 불카누스를 속이고 전쟁의 신 마르스와 바람을 피우는가 하면, 불륜이 탄로나면서 다른 신들의 조롱을 받기도 한다. 호로메스의 ‘오디세이아’와 오비디우스의 ‘변신’에도 비너스와 마르스가 정사를 나누다 비너스의 남편 불카누스에게 현장을 들키는 이야기가 나온다.
불륜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은 종종 영화로도 제작된다. 목사와 간통한 여인의 이야기인 미국작가 호손의 장편소설 ‘주홍글씨’, 일본작가 와타나베 준이치의 ‘실락원’, 미국여성들의 환호를 받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모두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겼다. 한국작가 전경린의 소설 ‘내 생애 꼭 하루 뿐일 특별한 날’ 은 영화 ‘밀애’로 재탄생했다.
그림도 빠질 수 없다. 초기 르네상스 시대에 불륜을 소재로 한 작품 중 가장 에로틱한 그림은 코레조의 ‘제우스와 이오’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내용에 충실한 작품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상류층인 만토바 공작 페데리코 곤치가가 의뢰, 제작됐다. 코레조는 제우스의 불륜을 주제로 네 편의 연작을 제작했다. 모두 제우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묘사했다.
틴토레토의 명화 ‘비너스와 마르스를 놀라게 하는 불카누스’ 는 불카누스가 비너스의 불륜 현장을 찾아온 장면을 포착했다. 그림 속에서 불카누스는 의혹의 눈초리로 침대 시트를 들추며 확인하고 있다. 비너스는 남편의 급습에 당황한 기색이고, 마르스는 갑옷을 입은 채 탁자 밑에 숨어 고개만 내밀고 있다.
문화비평가 김정환씨는 “불륜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흥미를 주는 소재다. 한 때는 불륜문학이 문화산업 마케팅 1순위로 떠오는 때도 있었다. 해갈되지 않는 욕망인 탓에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렇기 때문에 불륜을 주제로 한 작품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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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코리아>간통 사라지면 예술은 없다 |
【서울=뉴시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에 공감하는 남녀가 많다. 그 만큼 ‘불륜’은 낯설지 않은 단어다. 옛날부터 그랬다.
소설, 영화, 그림, 음악, 연극 등의 예술작품에서도 불륜은 좋은 소재다. 용감한 젊은 기사와 중년 귀족부인의 연애에서부터 시골 부녀자의 스캔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학작품과 예술 장르에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대중과 가장 친근한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불륜’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영화 ‘바람피기 좋은날’은 제명 그대로 유부녀들의 ‘바람’을 소재 삼았다. 연출자 장문일 감독은 “소재가 불륜임에는 분명하지만 단순한 바람이 아닌 여성의 자의식으로 접근해 보려 했다. 역사적으로 불륜은 예술작품의 소재로 오랜 시간 다뤄졌던 것이다. 그 만큼 되짚어 봐야할 소재라는 점”이라며 불륜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내 생애 최악의 남자’는 성희롱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면서 결혼한 남녀의 맞바람을 다루고 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는 열정은 식었지만 친구 같은 커플 엄정화·박용우, 건조한 커플 이동건·한채영 등 네 남녀의 엇갈린 만남을 그린다. 서로 파트너를 바꿔가며 은밀하고 위험한 연애에 빠져드는 이들이다.
‘내 생애 최악의 남자’ 역시 염정아, 탁재훈이 대충 결혼한 다음날 완벽한 이상형을 만나 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영화 홍보사 측은 단순한 불륜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바람이라고 하기에는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라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연극 무대에서도 불륜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 대학로 허밍스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연극 ‘미스터 로비’는 불륜, 섹스, 도박 등 은밀한 단어들이 연상되는 모텔에서 벌어지는 일상사를 소재로 했다.
또 다른 연극 ‘8인의 여인’은 프랑스 귀족집안을 배경으로 한 집에 사는 여인 8명의 비밀이 하룻밤에 폭로된다는 설정이다.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범인을 쫓는 추리극으로 불륜과 근친상간, 동성애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썸걸즈’에서는 한 남자가 옛 여인들을 만나며 뻔뻔한 사랑을 보여줬다. 극작가 겸 연출가 닐 라뷰트의 원작인 이 작품은 젊고 아름다운 약혼녀와 결혼을 앞둔 남자 주인공이 과거에 자신이 ‘버렸던’ 여자 4명을 호텔방으로 불러내면서 벌어지는 블랙코미디 멜로다.
고급예술로 통하는 오페라에서도 불륜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나비부인’은 아시아적 선율과 정서, 전쟁과 사랑, 여인의 정절을 감미롭게 그려낸 푸치니의 최고 걸작이다. 하지만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집안의 몰락으로 게이샤가 된 젊고 아름다운 초초상(나비부인)과 미군 해군 중위의 비극적 사랑을 담고 있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역시 소재가 과감하다. 오페라의 주역이 매춘부다. 순진한 총각과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한다는 내용이다. 초연된 19세기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라 베니스의 검열관들은 “당대의 이야기로 하지 말고 18세기로 배경을 옮겨라”고 권하는 등 내용에 신경을 많이 썼다. 당대의 부정적 사회현상을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어 어찌 보면 부조리한 현실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가면무도회’ 등에서도 사랑, 배신, 치정 등 여지없이 불륜의 장면이 등장한다.
오페라의 새 지평을 연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는 리하르트 바그너도 불륜을 예술로 승화했다. 예술가로 인정받았지만 항상 여자와 둔 문제로 떳떳지 못했던 바그너는 부인을 두고 부유한 사업가 오토 베젠동크의 아내 마틸데와 관계가 뜨거워졌다. 열렬히 편지를 주고받으며 불륜을 일삼았다. ‘마틸데 베젠동크의 시에 의한 5개의 가곡집’은 바그너가 쓴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악극 대본을 읽소 마틸데가 쓴 시에 바그너가 곡을 붙여 만든 연가곡집이다. 이뤄질 수 없는 마틸데와의 사랑을 승화시킨 연가곡인 셈이다.
‘생각하는 사람’으로 유명한 조각가 로댕과 제자 카미유, 로댕의 아내 로즈의 이야기도 당대를 풍미했다. 19세기 말 라파엘전파 화가 로제티와 그의 모델 제인 모리스, 제인의 남편 윌리엄 모리스도 삼각관계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이들 모두의 작품에는 뜨거운 남녀간의 사랑이 자주 등장한다.
‘불멸의 고전’에도 불륜은 어김없이 나타난다.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파올로와 프란체스카 커플은 형수와 시동생의 불륜을 담고 있다. 아더왕의 기사 랜슬럿과 주군의 왕비 귀네비에의 비극적 사랑, 숙모와 조카 관계인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파괴적 사랑 모두가 불륜이다.
로마신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미와 사랑을 상징하는 비너스는 제우스 만큼이나 바람둥이다. 비너스는 남편 불카누스를 속이고 전쟁의 신 마르스와 바람을 피우는가 하면, 불륜이 탄로나면서 다른 신들의 조롱을 받기도 한다. 호로메스의 ‘오디세이아’와 오비디우스의 ‘변신’에도 비너스와 마르스가 정사를 나누다 비너스의 남편 불카누스에게 현장을 들키는 이야기가 나온다.
불륜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은 종종 영화로도 제작된다. 목사와 간통한 여인의 이야기인 미국작가 호손의 장편소설 ‘주홍글씨’, 일본작가 와타나베 준이치의 ‘실락원’, 미국여성들의 환호를 받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모두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겼다. 한국작가 전경린의 소설 ‘내 생애 꼭 하루 뿐일 특별한 날’ 은 영화 ‘밀애’로 재탄생했다.
그림도 빠질 수 없다. 초기 르네상스 시대에 불륜을 소재로 한 작품 중 가장 에로틱한 그림은 코레조의 ‘제우스와 이오’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내용에 충실한 작품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상류층인 만토바 공작 페데리코 곤치가가 의뢰, 제작됐다. 코레조는 제우스의 불륜을 주제로 네 편의 연작을 제작했다. 모두 제우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묘사했다.
틴토레토의 명화 ‘비너스와 마르스를 놀라게 하는 불카누스’ 는 불카누스가 비너스의 불륜 현장을 찾아온 장면을 포착했다. 그림 속에서 불카누스는 의혹의 눈초리로 침대 시트를 들추며 확인하고 있다. 비너스는 남편의 급습에 당황한 기색이고, 마르스는 갑옷을 입은 채 탁자 밑에 숨어 고개만 내밀고 있다.
문화비평가 김정환씨는 “불륜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흥미를 주는 소재다. 한 때는 불륜문학이 문화산업 마케팅 1순위로 떠오는 때도 있었다. 해갈되지 않는 욕망인 탓에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렇기 때문에 불륜을 주제로 한 작품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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