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터미널 2

주혜1 2012. 6. 18. 19:58

 터미널 2

        

 

                                     이 홍 섭

 

 

강릉고속버스터미널 기역 자 모퉁이에서

앳된 여인이 갓난아이를 안고 울고 있다

울음이 멈추지 않자

누가 볼세라 기역 자 모퉁이를 오가며 울고 있다

 

저 모퉁이가 다 닮을 동안

그녀가 떠나보낸 누군가는 다시 올 수 있을까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다며

그녀는 모퉁이를 오가며 울고 있는데

 

엄마 품에서 곤히 잠든 아이는 앳되고 앳되어

먼 훗날, 맘마의 저 울음을 기억할 수 없고

기역 자 모퉁이만 댕그라니 남은 터미널은

저 넘치는 울음을 받아줄 수 없다.

 

누군가 떠나고, 누군가 돌아오는 터미널에서

적 앳되고 앳된 한 여인이 울고 있다.

 

 

갈 데 없는 사내가 되어

 

                   이 홍 섭

 

나는 이제 갈 데가 없는 사내가 되었다

 

등으로 밀고 간 산꼴짜기 끝에는 모난 돌이 하나

마음으로 밀고 간 언덕 너머에는 뭉게구름이 한 점

 

노래와 향기가 흐른다는 건달바성(乾達婆城)은 멀고

 

내 손바닥 위에는

구르는 돌메이 하나와

흩어지는 뭉게구름이 한 점

 

내가 부른 노래는 구름과 더불어 흘러가 버리고

내가 맡은 향기는 당신이 떠나면서 져버렸다

 

나는 이제 정녕 갈 데 없는 사내가 되었으니

참으로 건달이나 되어야겠다

참으로 건달이나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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