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2
이 홍 섭
강릉고속버스터미널 기역 자 모퉁이에서
앳된 여인이 갓난아이를 안고 울고 있다
울음이 멈추지 않자
누가 볼세라 기역 자 모퉁이를 오가며 울고 있다
저 모퉁이가 다 닮을 동안
그녀가 떠나보낸 누군가는 다시 올 수 있을까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다며
그녀는 모퉁이를 오가며 울고 있는데
엄마 품에서 곤히 잠든 아이는 앳되고 앳되어
먼 훗날, 맘마의 저 울음을 기억할 수 없고
기역 자 모퉁이만 댕그라니 남은 터미널은
저 넘치는 울음을 받아줄 수 없다.
누군가 떠나고, 누군가 돌아오는 터미널에서
적 앳되고 앳된 한 여인이 울고 있다.
갈 데 없는 사내가 되어
이 홍 섭
나는 이제 갈 데가 없는 사내가 되었다
등으로 밀고 간 산꼴짜기 끝에는 모난 돌이 하나
마음으로 밀고 간 언덕 너머에는 뭉게구름이 한 점
노래와 향기가 흐른다는 건달바성(乾達婆城)은 멀고
내 손바닥 위에는
구르는 돌메이 하나와
흩어지는 뭉게구름이 한 점
내가 부른 노래는 구름과 더불어 흘러가 버리고
내가 맡은 향기는 당신이 떠나면서 져버렸다
나는 이제 정녕 갈 데 없는 사내가 되었으니
참으로 건달이나 되어야겠다
참으로 건달이나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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