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나는 밤마다 신발을 잃어버리는 꿈을 꾼다

주혜1 2013. 11. 20. 12:18

   

 

나는 밤마다 신발을 잃어버리는 꿈을 꾼다

 

                     김주혜

 

동산만한 해를 쫓아가다 곤두박질 했어요.

신발 한 짝은 지느러미가 돋아

바다 속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한 짝은 날개가 달려

하늘로 올라갔어요

나는 맨발로 새벽까지 걸어나왔죠

그곳에는 맨발의 사람들이 모여

내림굿을 하고 있었어요

피투성이의 내 맨발도 비릿한 살내음과 함께

겅중겅중 뛰어다녔죠

징소리 설장구 소리 높고

나는 아무도 손댈 수 없는 불꽃이 되어

온 몸이 땀에 젖어 쓰러질 때까지

덩실덩실 춤을 추었어요

아, 그때 나는 보았어요

내가 밟은 자리마다 하얀 메밀꽃이 피어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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