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밤마다 신발을 잃어버리는 꿈을 꾼다
김주혜
동산만한 해를 쫓아가다 곤두박질 했어요.
신발 한 짝은 지느러미가 돋아
바다 속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한 짝은 날개가 달려
하늘로 올라갔어요
나는 맨발로 새벽까지 걸어나왔죠
그곳에는 맨발의 사람들이 모여
내림굿을 하고 있었어요
피투성이의 내 맨발도 비릿한 살내음과 함께
겅중겅중 뛰어다녔죠
징소리 설장구 소리 높고
나는 아무도 손댈 수 없는 불꽃이 되어
온 몸이 땀에 젖어 쓰러질 때까지
덩실덩실 춤을 추었어요
아, 그때 나는 보았어요
내가 밟은 자리마다 하얀 메밀꽃이 피어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