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일몰, 보물 제 1호

주혜1 2013. 12. 30. 09:44

 

일몰, 보물 제 1호

 

                                     김주혜

 

방안 가득 쌓인 책 정리를 한다

1946년 판,

금각사, 죄와 벌, 여자의 일생

손도 대지 못하게 하던

곰팡이 냄새 절은 세로쓰기의 문고들도

한 귀퉁이로 던진다

십여 리를 걸어 빌려왔다던

쓰디쓴 기억들도 함께

책장마다 그의 체취가 폴폴 배어나와 눈이 아리다

좀벌레도 자리를 뜨지 않는

보물 제 1호

생의 전부를 내맡긴 기막힌 사연들이

푸대자루 속으로 처박힌다

복수가 차오르듯 불러오는 푸대자루 속으로

나도 따라 들어가 숨죽일까

곡소리도 없는 쓸쓸한 병실

아무도 그의 몰락을 슬퍼하지 않는

기이한 시간만이  째깍째깍

로마인 이야기 마지막 장을 넘기지 못한 채 떠나는

바다에 그가 입을 베옷만이 덩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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