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 선인장
ㅡ하루만 피는 꽃
김주혜
공작 선인장
ㅡ하루만 피는 꽃
김주혜
미워하는 힘으로 산다.
태양이 쏟아지는 사막 같은 아파트
비껴가는 수많은 침묵들이
스쳐가는 자리마다 살갗이 스멀스멀 무너져
볼품없는 모습으로 초라하다
풍성하게 자라려는 잎새의 마음이
날 선 가시로 변하기까지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사랑이 메말라가는 회색의 공포와
뿌리 속에 감춘 쉽게 꺼지지 않는 오기는
순진함 속에 키운 방어의 날揧로 날카롭다
어떤 말로 너를 달래야 할까
지독한 고독 속에 숨겨진 너의 참 모습을
기다려 왔어. 길고 긴 기다림 끝에
아무도 따라오지 못할 도도하고 우아한 그 이름
비록, 하루 동안만 드러낼 속마음이지만
단 하나의 멍든 사랑을 위해
미워하는 힘으로 꽃을 밀어낸다.
무창포 바닷길
김주혜
흙 밟는 소리를 잊어버린 내 발이
갯벌에 묻혀 나올 생각을 않는다.
아스팔트가 키운 내 발가락이
보드랍고도 끈끈한 情에 잡혀 꼼짝을 않는다
바다로 이어지는 말뚝을 붙잡고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별바라기 불가사리도
시간의 켜를 움켜쥐고
“죽은 자는 일어나리라‘는 이집트문자를
해독하기 위해 온몸으로 버티고 있다
바다의 향기와 햇빛의 향기에
내 입과 코와 눈도 곧 情에 이끌리고 말리
서둘러 푸른 캔버스를 펼치고 하늘에
하얗게 녹아드는 편지를 적는다
이제로부터 영원할 저 너머
무한대로 가벼워지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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