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일출-갑사

주혜1 2006. 11. 24. 18:05
 


일출(日出)

             -갑사


비도 하 와 싼는 날

갑사를 찾았지

그러니까 그 때가 집 뛰쳐나온 날이라

맴이 짜안 했었지

임신한 소가 빠져죽었다던 전설의 그 계곡에 들어섰을 때

마주보던 산이 뽀개지는 소리와 함께

황토빛 핏물이 콸콸콸 쏟아지는 게 아닌가

빠진 암소의 양수가 터진 것 같았어

물에 퉁퉁 부은 눈을 부릅뜨고는

계곡물을 꾸불꾸불 쥐어짜는 모습이

마치 천년 묵은 백사와 황사의 정사처럼

낯 뜨거워 볼 수 없었어.

드디어, 산이 붉은 입을 벌리고

하늘을 뜯어 삼킬 듯한 비명을 한 번 지르더니

숨 막힐 듯한 고요 속에서

서쪽 하늘에 붉은빛이 도는 옥동자가 둥실 떠오르더군

대단한 산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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