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전지剪枝

주혜1 2006. 11. 24. 18:07
 


전지剪枝



벤자민 가지가 수상하다

한 쪽으로만 가지를 뻗고

한 쪽에서만 잎이 돋아나더니

이제는 

제 몸의 생살 도려내고도 모자란지

어린 가지에 엉겨 붙어 또아리를 틀고 있다 


가만히 보니, 병들어버린 가지를 쳐주고

누렇게 변한 잎새를 떼어내 준 지난겨울부터

그것들의 반란이 시작된 것 같다

오그라드는 잎, 말라비틀어지는 가지들은

보이지 않는 고통의 길을

끈적끈적 가는 중이다


온갖 산해진미, 감언이설도 마다하고

애꿎은 하늘로, 하늘로

눈 부릅뜬 채 엄포만 놓더니

누가 저더러 생을 포기하면서까지

가지를 떠나고, 잎을 떠나라고 했나


투정 하나 받아주지 않으면서

애꿎은 햇빛과 바람만 탓하더니

끝내 눈까지 감아버린 나무를 붙잡고

허천들린 사랑가*만 부르고 있구나.


   * 고정희시인의 시 베틀노래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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