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감상

떠나는 남자 남아있는 여자

주혜1 2008. 4. 15. 16:38

떠나는 남자 그리고 남아 있는 여자

 

사랑의 비극은 이별할 때 나타난다.
사랑을 시작할 때는 서로에게 호감을 갖는 순간 사랑에 빠지지만 이별한 때는 서로의 감정 깊이가 다르다.
아무튼 이별하는 연인들은 한쪽은 지나간 사랑이고 다른 한쪽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지나간 사랑은 오래전에 감정을 정리하고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있고
진행중인 사랑은 여전히 사랑에 빠져 헤어나오지는 않는다.
이별을 고하는 사람은 관심 밖으로 멀어진 사랑을 계속 끌고 가자니 부담스러워 일방적으로 헤어짐을 고한다.
이별을 통보받은 사람은 멈추어진 사랑을 애원해도 붙잡을 수도 없다.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시작할 때는
보통 먼저 남자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적극적으로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무척 애를 쓴다.
남자에게 사랑은 또하나의 투쟁의 역사다. 말하자면 선전포고를 하고 그 다음은 적진으로 돌격해  적을 생포하는 일과 같다.

 전쟁과 마찬가지로 남자가 자신의 이상형을 만났을 때에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전쟁을 치르는 장군처럼
전략을 짠다. 속전속결인 남자의 사랑과 다르게 여자에게 사랑은 지구전이다. 지구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축했던 식량을

조금씩 먹는 것처럼 여자는 남자가 승리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절대 마음을 놓고 있지 않다.

마음을 열어 놓는 순간 남자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떠나는 남자


사랑은 남자와 여자의 감정 교류로 이루어지는 일이지만 그 안에는 누가 먼저 빠지느냐에 따라 우선권을 가지고 있다.

 '사랑은 주는 것만큼 행복하다.'라는 말은 사랑이 지나간 다음 사랑의 시간을 돌아보면서 하는 말일 뿐이다.
 남자, 여자를 막론하고 사랑에 빠지면 더 많은 사랑을 가져오고 싶어 하고 더 많은 관심과 더 많은 시간을 공유하고 싶어 한다.

그것이 사랑에 한창 몰두하고 있는 단계다.

 

하지만 카사노바는 여인의 애타는 마음을 때로는 모른 척 때로는 달래주면서 사랑을 흥미롭게 만든다.

카사노바일수록 사랑하는 순간은 열정적으로 한다. 카사노바와 사랑에 빠진 여자들은 사랑했던 순간만 기억할 뿐이다.
카사노바는 많은 여자들에게 사랑을 나누어 주기에 사랑을 적절히 이용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은 결코 주지 않는다.

 로이 리히텐슈타인(1923-1997)의 '그것을 잊어라! 나를 잊어라!'는 이별을 통보하는 남자를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남자와여자를 사실적으로표현했다기보다는 이상화시켜 표현했다.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특별한 개성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처럼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도 마찬가지이다. 남자와 여자가 함게 있는 이 장면을 너무 과장되게 표현했지만 만화처럼 친근함을 준다. 이 작품의 주제는매우 상투적이지만 리히텐슈타인이 깊은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로이 리히텐슈타인을 팝아트예술가로서 만화 복제용회화를 선보였다. 그는 살아 있는 모델이나 도시 풍경, 정물 같은 곳에 흥미가 없었다. 이 작품은 마치 인쇄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가 오랜 시간 손으로 그려 직접 완성했다. 리히텐슈타인은 작품을 대량인쇄된 것처럼 표현하기를 좋아했다.

 

남아있는 여자

 

 전략적으로 사랑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 여자는 사랑에 빠질수록 자신보다 더 남자를 사랑한다.

여자는 사랑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올라 자신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여자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느끼는 순간 느긋하게 그 사랑을 관조하면서

마음 속으로는 전투를 지를 다른 상대를 기대하고 있다.

안제릴카 카우프만의 테세우스에게 버림받은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 작품은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 중에서

테세우스에게 벌미받은 아리아드네를 표현했다.

아이게우수 왕의 아들인 테세우스는 미궁에 갇힌 미노타우로스를 제거하기 위해 크레타에 도착한다.

 테세우스는 크레타의 미노스왕과 파시파에의 딸 아리아드네를 유혹한다.


사랑에 빠진 아리아드네는테세우스에게 실 한 뭉치를 주면서 미궁에 들어가는 입구에 실을 묶어놓고

나올 때 실을 따라 빠져나올 수 있다는 비밀을 털어놓는다.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 덕분에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무사히 미궁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테세우스는 연인 아리아드네를 데리고 크레타를 떠나 아테네를 향해 출발하기 위해

낙소스 섬에 도착한다. 낙소스 섬에서 아리아드네가 깊은 잠에 빠지자 테세우스는 그녀를 버리고 떠난다.


이 작품에서 버림받은 아리아드네는 우아하게 앉아 있지만 비통함에 잠겨 있다.

화면 오른 쪽 그녀의 옆에는 실 뭉치가 들어있는 나무 상자가 놓여있다. 실은 테세우스 가 미궁에서 빠져나올 때 사용한 것이다.

아리아드네가 깔고 앉은 붉은 색의 시트는 사랑의 정영을 암심하다.

화면 왼쪽 테세우스의 배는 아리아드네을 성에 남겨 두고 바다 한가운데 있다.

카우프만은 여루화가로서 런던 왕립 아카데미 회원이었다. 그녀는 여성적인 감수성으로 아리아드네를 표현했다. -박희숙의 명화읽기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