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감상

거장 부르델을 만나다

주혜1 2008. 4. 24. 09:03

북유럽 가기 위해 여행사를 들렀다가 시간이 있기에 시립 미술관에 들러 거장 부르델을 만났다.

부르델이 조각한 ' 활 쏘는 헤라클레스'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는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서..

많은 작품들 중에 베토벤의 흉상은 나를 감동시켰다 고민하는 베토벤 생각하는 베토벤 바람 속의 베토벤 등 20여 두상을 만든 부르델에게 감탄의 탄성이 나왔다...., 귀가 안 들려 찡그린 얼굴에서는 연민의 정마저 솟았다. 그리고 신화 인물과 전사의 모습 등등...

서양작품 속에는 신화의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데, 신화는 신화이기만 한 것이 아니고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조각의 세계] 자유 얻으려 '괴물 새'를 겨누다

에밀 앙트완 부르델, <활 쏘는 헤라클레스>, 1909년, 높이 248 cm, 청동, 파리 부르델 미술관

다음에서 퍼온 글입니다.

 

이 작품은 부르델이 48 세 때인 1909년 프랑스 살롱 전시회에 출품해 뒤늦게 주목 받은 작품이에요. 헤라클레스는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그리스 신화 속 인간 가운데 제일 힘이 센 영웅이었어요.

나중엔 신과 동등한 대접을 받았답니다. 헤라클레스는 비극적인 운명을 지녔지요. 바람기 많은 제우스와 인간인 알크메네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제우스의 부인인 헤라 여신에겐 눈엣가시였죠.

헤라에겐 온통 헤라클레스를 없애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마침 요람에 누워 있던 헤라클레스를 죽이기 위해 두 마리 뱀을 보냈어요.

그런데 어린 헤라클레스는 뱀을 무서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뱀을 목 졸라 죽였답니다. 청년으로 자란 헤라클레스에게 또 다른 간사한 계략이 닥쳐왔습니다.

그리스의 왕 에우리스테우스의 노예가 된 것입니다. 이 때 에우리스테우스는 12 년 동안 12 가지의 어려운 과업을 주고 모두 완수하면 자유를 주겠다고 했어요. 이 강제적인 과제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고 목숨까지 위험한 모험이었답니다.

‘활 쏘는 헤라클레스’는 그 12 가지 일 가운데 하나를 작품 배경으로 삼은 것입니다. 그리스 스팀팔로스 호수에 사는 괴물새들을 죽이기 위해 막 화살을 쏘려는 장면이랍니다. 이 괴물새들은 강철로 된 부리와 발톱으로 가축과 사람을 낚아채 살을 파먹는 무시무시한 새였어요.

그 수도 많은 데다 숨어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활을 쏘아 떨어뜨려도 전부 없앨 수는 없었어요. 헤라클레스는 하는 수 없이 아테나 여신이 알려준 대로 청동 검과 방패를 꽹과리 삼아 온 천지가 흔들릴 정도로 두드려 놀란 새들을 모두 죽였답니다.

부르델은 이와 같은 활을 쏘는 장면을 위해 실제 사람을 앉혀 놓고 만들었어요. 만능 스포츠맨이자 군인이던 기병 대장을 모델로 세웠답니다. 그는 활 대신 빗자루를 들고 헤라클레스의 용맹한 자세를 취했지만 무척 힘들어했답니다.

왼쪽 다리로 암석을 밀어 붙여 팽창된 힘을 모으고, 오른쪽 다리는 온 몸의 중심을 잡고 활을 쏘는 격렬한 동작이 무척 인상적이죠?

인체를 섬세하게 묘사하기보다는 육중한 덩어리로 표현한 것은 부르델만의 특징입니다. 이러한 활기찬 구도는 적절한 공간의 분배, 즉 활과 팔과 다리의 확산된 구도에서 쉽게 살펴볼 수 있어요.

이 작품은 부르델이 중년의 나이가 훨씬 지난 후 발표되었지만 미술계의 평가가 대단했습니다. 그의 스승 로댕 역시도 극찬했답니다.

부르델은 15 년 동안 로댕을 스승으로 모셨지만, 추구하는 예술 세계는 달랐습니다. 로댕의 인체 묘사 방식에서 벗어나 고전, 고대의 간결한 양감 표현과 같은 특징을 통해 성실하게 작품을 제작했어요. 부르델은 특히 베토벤의 음악에 심취하고 존경하여 27 세 때부터 그를 위한 수많은 그림과 초상 조각을 만들었답니다.

/김석(조각가ㆍ미술학 박사ㆍ서울시립대학교 환경조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