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과 저주
어느 날 해질 무렵 예수와 성 베드로가 부잣집 문간에 걸음을 멈추었다.
예수가 집주인에게 말했다. “길 가는 나그넵니다. 고단한 몸을 하룻밤 쉬어갈 수 있을까요?”
여자가 쌀쌀맞게 한 마디 던지고 문을 쾅 닫았다. “여기가 여관인 줄 알아요?”
예수는 한 마디 말도 없이 길 건너 허름한 집으로 갔다. 문을 두드리자 아이를 품에 안은
여자가 나타났다. “길 가는 나그네입니다. 하룻밤 쉬어갈 수 있을까요?”
여자가 친절하게 말했다. “누추한 집이지만 영광입니다. 어서 들어오세요. 시장하실 텐데,
여기 불을 쬐면서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아이를 잠재워놓고 곧 드실 것을 마련하겠습니다.”
예수와 베드로는 꼬마 셋이 작은 침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여자가 아이들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서 꼬마들이 기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있다가 여인이 급히 나와서
나그네를 위하여 먹을 것을 차려냈다.
이튿날 아침,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식탁에는 근사한 아침상이 차려져 있었다.
그들이 밥을 먹는 동안 여인은 아이들이 학교에 가져갈 점심 도시락을 쌌다.
이윽고 두 사람이 길을 나서는데 여자가 예수 손에 작은 도시락을 들려주며 말했다.
“많지는 않아도 요기는 될 겁니다.”
예수는 여인의 대접에 마음이 움직였다. “당신의 친절한 나그네 대접에 감동했습니다.
나는 예수고 이 사람은 베드로요. 우리가 떠난 뒤에 당신이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을
오늘 하루 종일토록 하게 될 것이오.”
그런 다음, 두 사람은 인사를 하고 떠나갔다.
여인은 아이들마저 학교로 보낸 다음, 옷감을 짜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옷감이 그렇게 잘
짜여지고 그렇게 빨리 짜여진 적이 없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때쯤에는 짜놓은
옷감이 온방에 가득 찼다. 저녁을 먹고 나서도 여인은 계속 옷감을 짰다. 마침 그 집 앞으로
지나가던 건너 편 부잣집 여자가 방 안을 들여다보고는 깜짝 놀라며 일이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다. 여인은 그날 있은 일을 자세하게 들려주었다.
“그분이 주님이신 줄 알았더라면 방을 내드렸을 텐데!” 부잣집 여자가 아쉬워하며 물었다.
“혹시 그분들이 다시 온다고 하지 않던가요?”
“한 주일쯤 뒤에 이리로 지나갈 거라는 말을 들었어요.”
“혹시 이리로 오거든 제발 우리 집으로 보내주세요.”
“그러지요.”
며칠 뒤, 예수와 베드로가 다시 그 마을에 나타나 먼저 묵었던 집 문을 두드렸다.
여자가 나와서,
“오늘은 앞집으로 가보세요. 방을 비워놓고 두 분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답니다.”
길을 건너가는 예수의 뒤를 따르며 베드로가 투덜거렸다.
“그 여자는 우리를 대접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그저 선생님 축복을 노리는 것뿐이에요.”
예수가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어떤 사람은 축복을 저주로 바꾸기도 한다오.”
그날 밤 두 사람은 대단한 환대를 받았다. 부엌에는 새로 구운 빵이 수북하게 쌓였고,
여자는 바쁘게 부엌과 식탁 사이를 오가며 남편에게 잔소리를 해댔다.
“주전자 좀 올려놔요! 장작도 더 가져오고. 넘어지지 말고 발조심해요!”
예수와 베드로는 하룻밤 잘 자고 아침에 일어나 푸짐한 아침상을 받았다.
길을 떠나기 전, 예수가 여인에게 말했다.
“우리가 떠난 뒤에 당신이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을 오늘 하루 종일토록 하게 될 것이오.”
두 나그네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남편이 직조기를 차려 놓았다.
아내는 잠시 직조기에 앉았다가, “앞집 여자보다 옷감을 두 배는 짜야지!” 하고는 벌떡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자기 자신에게 하루 종일 정신 차려 일하자고 다짐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다시 돌아와 직조기 앞에 앉자마자 알 수 없는 기운이
그녀를 벌떡 일으켜 세워 밖으로 나가게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밤이 깊어 잠자리에 들기까지
그녀는 직조기에 앉았다가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직조기에 앉았다가 밖으로 나가기를
끊임없이 되풀이하였다.
사람이 축복을 저주로 바꿀 수 있다는 말은, 저주를 축복으로 바꿀 수 있다는 말도 됩니다.
우리가 축복을 저주로 바꾸는 어리석음에서 떠나, 저주를 축복으로 바꾸는 슬기로움으로
돌아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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