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송부(老松賦) - 박성룡
씨 떨어져 싹트기 시작한 자리에서
한 발짝도 옮겨 갈 수 없는 숙명의 한(恨)을
오직 뼈아픈 용(龍)의 트림으로 달래면서
빡빡 늙어버린 저 한 그루의 소나무,
그러나 저렇게도 풍성한 연초록의 잎을
수북이 피워 남빛 하늘을
오히려 초록의 제 것으로 젖어들였나니.
나 또한 처음 낙지(落地)한 이 자리에서 늙어 가고 있는 바
저 늙은 한 그루 소나무를 시늉이라도 닮고자 함이라니
저 뒤틀리며 솟아오른 용트림의 아픈 마디와 껍질이며
연둣빛 이파리의 총총함이 그렇고
바람과 함께 쓸리는 솔바람 소리 또한 그렇다.
흙(땅)이란
원래 박히기도 하고 걸기도 한 것이어니
황토다. 옥토다. 푸념만 일삼아선 안 되느니
오직 정해진 제자리 지키며 곱게 자라 곱게 늙고 볼 일,
아무렴 그렇고 그렇구 말구.
=향목님이 올린 글에서 옮겨옴
ACT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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