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의 기술/ 안젤름 그륀지음/ 김진아 옮김

주혜1 2011. 1. 21. 11:28

누구나 다르게 늙어간다 

'늙다' 와 '늙었다' 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둘을 연결하는 고리는 무엇인가? 일반화시켜서 대답하기는 힘든 문제다. 누구나 늙는다.

그리고 누구나 다르게 늙어간다. 나이 든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꼭꼭 숨기는 사람도 있다. 늙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해가 갈수록 더 성숙해지려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나는 열아홉 살 이후 리콜렉션 하우스에서 일했다. 리콜렉션 하우스는 신앙적 열정이 쇠

진했거나 자기 자신을 위해 마음의 활기를 찾으려고 찾아오는 성직자와 수도자들을 위한 기관이다. 방문객들과 사전면담을 하다 보면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 자매님은 나이가 일흔이지만 마음만은 젊음의 생기로 넘치는구나!' 는 느낌을 주는 수녀도 있었고, 이제 겨우 쉰아홉 살인데 인생을 다 산 것처럼 보이는 사제도 있었다.

 

팀 미팅에서 앞으로 함께 하게 될 손님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면 외적인 나이와 내적인 나이가 언제나 중요하게 대두된다. 리콜렉션 하우스의 기본 이념은 나이가 몇이든 누구나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내적으로 늙고 유연하지 못한 인상을 주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이 다시 삶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희망을 품기가 어려워진다. 스스로에 대한 희망을 잃고 아무런 꿈도 없이 그저 주어진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에게는 그 어떤 것도 감동을 주지 못한다. 마음속 불씨가 꺼져버려서 옆에 있는 사람을 따뜻하게 해주지 못한다. 그런 사람에게서는 절망의 기운이 감돈다.

 

'늙었다' 는 말은 아주 다양하게 사용된다. 사람을 두고 말할 때는 부정적 의미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겉으로는 나이 들었을지언정 마음이 젊은 사람의 경우에는 그 나이가 오히려 존경심을 자아낸다. 이런 노인들은 젊은이를 모방하거나 흉내 내지 않는다. 자신의 나이에 어울리게 행동하지만 그 내면은 젊다. 자신의 나이와 따로 놀지 않으며 자기 자신과 화해적인 관계에 있다. 이런 노년은 존경할 만하다. '늙다'는 말에는 움직임의 의미가 들어 있다. 무엇인가가 움직임 속에 있다. 성장의 과정 속에 있다. '늙다'는 두 가지 뜻으로 해석된다. 먼저 누군가가 나이가 들었고 그 나이가 그 사람 자체라는 뜻이다. 그는 순수하게 존재 자체를 즐긴다. 온전히 그 자신으로서 여기 이 순간 속에 있다. 다른 의미는 늙어버렸다는 것이다. 기력이 약해진 것이 눈에 띄고 마음이 늙은 것도 보인다. 더 이상 그에게서는 어떤 빛도 뿜어져 나오지 않는다. 그는 쇠진했다.

 

언어는 변화한다. 그리고 언제나 새로운 의미로 자신을 채운다.'늙다'라는 말의 어원은 '자라다, 위로 잡아당기다, 영양을 공급하다' 라는 뜻의 동사이다. 또한 'alere=먹여살리다, 키우다'에서 파생된 라틴어 'altus=높다'와도 연관관계에 있다('늙은, 오래된'의 뜻

을 가진 독일어 형용사는 'alt'이다:옮긴이 주). 높이 자란 나무는 늙었다.

 

이와 같이 '늙었다'는 말은 원래 긍정적인 뜻이었다. 그러던 것이 '경쟁에서 진 사람은 늙어 보인다'는 관용적 표현에서처럼 부정적인 의미로 변색되었다. 젊음만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던 시대에 노년을 업신여기던 관습이 오늘날의 언어에까지 영향을 끼친 탓이다. 즉, 노년과 늙어가는 일을 바라보는 데 있어 원래의 긍정적인 의미를 되새기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