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는 누구인가?/안젤름 그륀지음/ 김진아 옮김

주혜1 2011. 1. 21. 11:53

 

안젤름 그륀지음/ 김진아 옮김

 

나는 누구인가?

 

일, 회사, 승진, 실력을 인정받는 일, 책임자로서의 지위 같은 것이 하루아침에 아무 의미도 없어진다면 인생의 위기가 올 수 있다. 이와 같이 퇴직은 늙음의 과정에서 겪게 되는 급격한 인생의 단면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변화를 아무런 준비 없이 맞는다. 일과 직장이 그를 규정해왔기 때문에 일이 없어지면 갑자기 아무 가치도 없는 사람처럼 느낀다. 자존감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어떤 사람들은 퇴직했다는 사실을 숨기기도 한다. 아직 자신의 새로운 역할에 적응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이 새로운 역할이 아직 낯설다. 심한 경우에는 삶의 리듬과 의미가 사라져 생활이 뒤죽박죽 되어버린다. 그리고 갑자기 남아도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 술을 마시기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이 삶의 단계는 미리미리 준비되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이 삶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선생님, 의사, 경찰관, 과장 등 직업적인 역할로 스스로를 규정해서는 안 된다. 이 역할이 사라질 때 자기 자신이 사라져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역할이 일종의 안정감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역할로부터 내적 거리를 두는 것도 중요하다. 역할 속에서 자신이 사라지게 해서는 안 된다. 가정에서의 역할이 다르고 여가나 취미생활에서의 역할 또한 다르다. 여러 가지 역할에 길들여진 사람은 그중 한 가지가 사라져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

 

퇴직을 준비하는 또 다른 방법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미리 취미를 가지는 것이다. 책이나 음악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좋고 DIY나 화초 가꾸기, 혹은 등산을 하는 것도 좋다. 취미가 있는 사람은 퇴직 후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기 때문에 기뻐한다. 그러나 삶은 취미생활만으로는 만족되지 않는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좋기는 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도 있어야 한다. 즉 퇴직자로서 참여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한번 잘 생각해볼 일이다. 내 경우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느낀다. 퇴직자로서 다른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도 많다. 소속된 공동체의 프로젝트나 특정한 협회를 위해 일할 수도 있다. 아니면 환경보호단체 혹은 망명자나 이민자를 위한 국제적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퇴직자는 정신적 준비를 해야 한다. 나는 내 삶을 어떻게 살지,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에 대해 생각한다. 그럴 때면근본적인 질문들이 하나씩 고개를 든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인생에서 가치 있게 생각하는 일은 무엇인가? 나는 어디로 가느가? 무엇 때문에 나는 나인가? 이 모든 질문이 향하는 곳은 결국 내 존재의 근원으로서의 신이다. 신을 근간으로 인생의 집을 짓는다면 일이나 직장에서의 역할이 사라져도 그 삶은 흔들리지 않는다.

 

자원봉사자가 없다면 우리 사회는 얼마나 초라하겠는가. 퇴직 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많다. 특히 전에 비해 갑자기 많아진 시간을 아이들과 병자,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을 위해 쓸 수 있다.

나이 지긋한 여성들은 호스피스 일에서 빛을 발한다. 먼저 일정기간의 호스피스 교육을 받는데 이것은 개인적인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죽어가는 사람의 옆을 지키는 일이 자신의 죽음과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기 때문에 보람도 느낀다. 퇴직자들이 타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많다. 유치원에 가서 이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도 그중 하나다. 아니면 젊은 맞벌이 부부들을 위해 아기 돌보기를 할 수도 있다. 오늘날에는 타인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만 있어서는 봉사를 할 수 없다. 봉사활동도 조직이 되어야 한다. 마음만은 아직 한창때인 퇴직자들이 모여 출발시킨 봉사조직도 여러 도시에 퍼져 있다. 이 조직들은 방과 후 공부방을 운영하거나 장보기를 대신해 주거나 정원일, 아기 돌보기 등의 활동을 연계한다. 퇴직 후에 갑자기 많아진 시간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참여의 영역은 넓다. 만일 이런 자원봉사자들이 없다면 우리 사회는 말할 수 없이 초라할 것이다. 바로 퇴직자들이 그 주역을 맡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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