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닭의 하안거/ 고진하

주혜1 2011. 8. 15. 09:44

 

 

「닭의 하안거(夏安居)」
 
                                                          고진하
 
 
이 오뉴월 염천에 우리 집 암탉 두 마리가 알을 품었다
한 둥우리 속에 두 마리가 알도 없는데
낳는 족족 다 꺼내 먹어버려 알도 없는데
 
없는 알을 품고
없는 알을 요리조리 굴리며
이 무더위를 견디느라 헉헉거린다
 
닭대가리!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부르진 말아다오
시인인 나도 더러는
뾰족한 착상의 알도 없으면서
 
없는 알을 품고
없는 알을 요리조리 굴리며
뭘 좀 낳으려고 끙끙거릴 때가 있나니
 
닭대가리!
 
제발 그렇게 부르진 말아다오
그러고 싶어 그러고 싶어 꼭 그러는 게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