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어느 노인의 시
세상에서 으뜸인 일은?
기쁜 마음으로 나이 먹고,
일하고 싶지만 참고,
말하고 싶지만 침묵하고,
실망스러워질 때 희망을 갖고,
마음 편히 공손하게 내 십자가를 지는 일.
젊은이가 힘차게 하느님 길을 가도,
시기하지 않고,
남을 위해 일 하기보다
겸손되이 남의 도움을 받으며,
몸이 약해 아무 도움을 줄 수 없어도,
온유하고 친절한 마음을 잃지 말자.
늙음은 무거운 짐이지만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
오랜 세월 때 묻은 마음을
세월의 무게를 담아 마지막으로 닦는다.
내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이 세상에 나를 묶어 놓은 끈을
하나씩, 하나씩 끊는 것은
참 잘하는 일이다.
세상에 매어 있지 않아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면,
겸손되이 받아들이자.
하느님께서는 마지막으로
‘기도’라는 가장 좋은 것을 남겨 두신다.
손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도,
두 손 모으면 늘 할 수 있는 기도,
사랑하는 모든 이를 위하여
하느님께서 은총을 베푸시도록 빌기 위해
모든 것이 다 끝나는 날,
“어서 와, 친구야. 너를 결코 잊지 않았어.”
임종 머리맡에서 속삭이는 하느님을 만나게 될 것이다.
2001년 김수환 추기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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