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굴뚝새

주혜1 2012. 2. 2. 18:12

 

                          굴뚝새

 

                                                    김주혜

 

초하루 보름이면 할머니는 정한수 떠놓고 치성을 드리셨습니다.

가족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자근자근 고하는 할머니 음성과 사악

사악 손바닥 비벼대는 소리가 장독대에 햇살처럼 쩔어있을 때

나는 눈을 떴습니다. '을묘생 오월 열이틀 김씨 대주 그저..나뭇

잎에 꽃이 피듯 ..그저 ..용서해 주시고.. 그저' 꼬부라진 할머니

등 너머로 모든 생물이 이름을 달 무렵이면 영락없이 굴뚝새가

울었습니다. 숨소리가 늘 가쁜 내 가슴을 쓸어주시던 할머니 손은

약손이었습니다. 동짓달 스무하루 그 날은 낮게 울던 굴뚝새가

요란하게 나를 깨웠습니다. 장독대는 온통 하얀 상여꽃으로 덮여

있었고 할머니는 그 꽃속으로 반쯤 들어가 계셨습니다. 숨이 막혀

버린 나는 고목껍질 같은 할머니 손을 붙들고 할머니 손은 약손

할머니 손은 약손 하며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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