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신자 교리방

사람(아담)은 하느님의 작품입니다.

주혜1 2012. 5. 16. 04:55

알기 쉬운 교리상식-우리는 하느님의 작품입니다(에페 2,10)

 

 

사순시기를 지내는 지금. 사순절을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에 우리는 머리에 재를 얹으면서 주례사제로부터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시오.” 혹은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는 말씀을 들었을 것이다. 전혀 다른 문장으로 보이지만 내용으로는 통하는 말이다. 이는 사순절 동안에 내 삶과 신앙생활 전반을 돌아보라는 권고의 말씀으로, 하느님이 계시지 않는 것처럼 살지 말라는 뜻이다. 즉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 거기에 합당하게 살라는 말이다.

 

창세기를 읽다 보면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신 이야기가 두 번 나온다. 사람을 창조하신 이야기도 두 번 반복된다. 한 번은 말씀으로(창세 1,26-28 참조), 또 한 번은 행동으로(창세 2,5-7. 18-24 참조) 사람을 창조하셨다.

 

첫째,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imago Dei)으로 창조되었는데(창세 1,27), 인간의 존엄성을 나타내기 위하여 이보다 더 좋은 표현이 또 있을까? 시편에서도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우러러 당신의 하늘을 바라봅니다, / 당신 손가락의 작품들을 / 당신께서 굳건히 세우신 달과 별들을. /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십니까? /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돌보아 주십니까? / 신들보다 조금만 못하게 만드시고 / 영광과 존귀의 관을 씌워 주셨습니다.”(시편 8,4-6)

 

둘째, 그러나 인간은 흙의 먼지로 만들어졌다. 한계를 지닌 존재라는 말이다.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창세 2,7) 내 코와 입을 막고 숨을 한번 참아보자. 얼마만큼 버틸 수 있을까? 내가 지금 숨을 쉬고 있는 것도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지금 숨을 쉬고 있는 것은 하느님께서 생명의 숨을 불어넣어 주시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 내게서 숨을 거두어 가시면 나는 생명체가 아니라 흙의 먼지에 불과할 뿐이다.

 

원래 히브리말 아다마(adamah)는 ‘땅’ 혹은 ‘흙의 먼지’라는 뜻이다. ‘사람(adam, 아담)’이라는 단어는 땅(혹은 흙)이라는 단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라틴어도 마찬가지이다. 히브리말의 아다마(adamah)에 해당하는 단어는 후무스(humus, 흙)이다. 이 단어에서 호모(homo, 사람)라는 단어가 파생된다. 사람은 흙에서 나온 존재라는 것을 드러낸다. 그런데 라틴어 단어 humus에 어원을 가진 다른 단어가 하나 있다. 겸손이라는 뜻을 가진 humilitas(후밀리타스)라는 단어이다. 자기 자신이 흙에서 나온 존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겸손할 수밖에 없다. 흙에 불과한 내가 하느님의 숨결을 받아서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하느님의 모상’인 나는 소중한 존재이다. 그러나 하느님을 벗어나서는 흙의 먼지에 불과하다. 사순절은 내 삶의 방향을 다시 한 번 하느님을 향하여 굳건히 세우는(회개) 은혜로운 시기임을 기억하자.

 

하창호(가브리엘)|신부,대구대교구  5대리구 사목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