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직하고픈 이야기

님이 탄생하신 자리는

주혜1 2012. 10. 24. 09:11

 

님이 탄생하신 자리는


보리 金鐘弼 수사신부

님이 탄생하신 자리는 어제도 오늘도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는 자리로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마태1,23)

우리네 기다림과 그리움의 자리입니다.


님이 탄생하신 자리는 어제도 오늘도

거듭 새로운 파스카가 시작되는 육화의 신비로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1,28)라는

우리네 질곡(桎梏)과 빈자(貧者)의 자리입니다.


님이 탄생하신 자리는 어제도 오늘도

님의 별을 보고 님에게 경배하려는 여정으로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1,37)라는

우리네 꿈과 희망의 자리입니다.


님이 탄생하신 자리는 어제도 오늘도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한 말씀으로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1,38)라는

우리네 청종하는 믿음과 되새김하는 순종의 자리입니다.


님이 탄생하신 자리는 어제도 오늘도

세상의 구원자인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에게로

“주님, 이제야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가게 해 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루카2,29-30)라는

우리네 기쁨과 감사의 자리입니다.


님이 탄생하신 자리는 어제도 오늘도

하늘과 땅에 울려 퍼지는 기쁜 소식의 자리로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코1,15)는 말씀에 따르는

우리네 사랑과 용서의 자리입니다.


님이 탄생하신 자리는 어제도 오늘도

만민의 주님을 통하여 평화의 복음이 선포되는 자리로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2,14)라는

우리네 겸손과 온유 자리입니다.

(丁亥年 聖誕節에)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2,14)

어언간 금년 대림절도 다 지나 성탄절로 들어섭니다. 잠깐 사이에 지나가는 세월이 아쉬워서 깨어나는 새벽이면 뜰로 나섭니다. 어둠속에 찬란히 빛나는 별들을 만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밤하늘이라고 늘 별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깊은 어둠속 맑게 갠 하늘이 아니면 찬란히 빛나는 별들의 자리를 제대로 알아 볼 수가 없습니다.

우리 신앙의 길에 소망하는 영성(靈性)의 빛도 맑게 갠 깊은 밤 깊은 어둠의 자리로 떠오르는 별빛과 같다는 생각이듭니다. 말씀의 육화로서 새로운 인간성의 표본이신 예수님이 인간 세상에 드러나듯이, 구원의 불기둥 같은 신비한 아름다움으로 드러날 영성(靈性)의 빛을 찾아 나서는 가슴에 구름덩이 같은 뭔가가 글그렁거립니다.

말씀의 육화로서의 성탄은 늘 오늘의 사건입니다. 인간의 자리가 아닌 짐승의 자리로, 마초(馬草)와 검불의 자리로 하느님이 오심은 구원의 역사에 드러나고 있는 강생의 신비입니다.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세상에 오시어 만민의 주님으로 당신 자신을 드러내심은 우리에게 평화의 복음을 전하시기 위함입니다.

영원하신 분께서 시간 안에 들어오시고, 보이지 않는 분께서 보이는 분이 되신 놀라운 신비를 마주합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으로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3,30)는 세례자 요한의 깨우침으로 다시 깨어납니다. 홀로와 더불어 향하는 공동체에서 공동선을 지향하는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 큰마음으로 함께 사는 공동체의 행복한 변화를 위한 재결단의 새로운 때이길 갈망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베들레헴의 한갓진 구유에 뉘인 한 갓난아기, 들판의 목동들,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을 경배하러 온 동방 박사들의 방문, 아기들을 학살하는 헤로데의 손길을 피해 이집트로 피신, 성전에서 봉헌되신 아기 예수와 시메온과 한나의 예언 중에“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루카2,32)이라는 말씀, 예루살렘 성전에서 소년 예수를 다시 찾은 예수님의 부모,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과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시는 성모님을 생각합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을 알지 못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에게 이렇게 나타났습니다. 곧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외아드님을 세상에 보내시어 우리가 그분을 통하여 살게 해 주셨습니다.”(1요한4,8-9)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완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쫓아냅니다. 두려움은 벌과 관련되기 때문입니다. 두려워하는 이는 아직 자기의 사랑을 완성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그분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1요한4,18-19)

해안선의 파도처럼 기쁨과 설렘으로 지속되는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삶을 생각합니다. 내려감의 길로 우리를 찾아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탄생에 대한 묵상으로 문안하며 성탄을 축하합니다. 오는 2008년, 무자년(戊子年, 단기4341) 새해에도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로마10,15)라는 말씀과 함께 하시는 일상(日常)이시길 기도합니다. 뜻하시는 일과 가정에 복을 빌며, 평안을 기원합니다.

丁亥年 聖誕節에

가톨릭교리통신교육회

일터의 님들과 함께 김종필 수사신부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