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포도나무, 포도의 눈물

주혜1 2013. 5. 28. 16:07

 

 

 

 

 

포도나무, 포도의 눈물

 

 

               김주혜

 

 

우리가 와인글라스를 부딪칠 때

당신은 와인밖에 보지 못하지만,

나는 그 너머까지 봅니다.

당신의 눈속에 든 나를 보고

그 눈동자에 고인 눈물을 봅니다.

포도가 열린 나무를 보고,

그 나무가 맞아야 하는 비바람을 봅니다.

열매를 딴 손,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다른 대륙으로 가야 할 철새를 보고

그 철새가 짝을 만나기 전에

가지고 있었던 색을 봅니다.

당시의 입술에 닿는 와인에 취해

내 눈물은 너무 멀리 흘러가

또 하나, 바다 위의 글라스가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