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나무, 포도의 눈물
김주혜
우리가 와인글라스를 부딪칠 때
당신은 와인밖에 보지 못하지만,
나는 그 너머까지 봅니다.
당신의 눈속에 든 나를 보고
그 눈동자에 고인 눈물을 봅니다.
포도가 열린 나무를 보고,
그 나무가 맞아야 하는 비바람을 봅니다.
열매를 딴 손,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다른 대륙으로 가야 할 철새를 보고
그 철새가 짝을 만나기 전에
가지고 있었던 색을 봅니다.
당시의 입술에 닿는 와인에 취해
내 눈물은 너무 멀리 흘러가
또 하나, 바다 위의 글라스가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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