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스크랩] 갇힘에 관하여

주혜1 2013. 11. 5. 17:27

갇힘에 관하여 김주혜 내 어린 꽃봉오리를 핀셋으로 헤치고 그는 봉오리 안의 꽃밥을 조심스레 따냈어. 슬라이드 글라스 위에 뉘여진 내 이마며 입술 목에 와 닿는 바람의 감촉 부드러운 손놀림에 나는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지. 내 살과 피, 그리고 뿌리까지 샅샅이 더듬어대고 쓰다듬는 손길에 몸을 맡기지 않을 수 없었어. 급기야 나는 내가 갇힌 걸 깨우쳤어 내 안의 작은 염색체 수까지 헤아리는 눈빛에 나는 질리고 말았어. 처음 너무도 소중히 다루는 데 감동해 한생애를 맡긴 내 믿음에 문제가 있었던 거지. 나는 더 이상 양달개비 꽃이 아니야 늦봄 깊은 잠에 빠져든 내가 아니야. 노랗고 불투명한 내 이성이 폭발하기 시작했어. 나는 내가 아니야.

출처 : Joyful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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