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을 던지지 않는 까닭
김주혜
사방무늬들이 어깨동무를 한다
사각의 하얀 방도 함께 어울린다.
돌을 들어 한귀퉁이에 하얀 기둥을 세우고,
이름 석 자 새겨 서까래도 올렸다
오늘은 쉽게 집을 지을 수 있겠다
섬에서 그를 만났고, 팔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늘 기다렸다
백양나무 울타리를 완성하는 순간,
대각선으로 바람소리를 내며 검은 섬이 떠오르더니
눈앞에 거대한 검은 호수가 입을 벌렸다
한쪽 어깨가 휘청이더니 빙그르 현기증이 났다
기우는 울타리를 잡으며 버텼다.
하나둘 무너지는 꿈
노적가리는 불타고 귓등을 치는 비웃음소리
얽힌 실타래같이 구겨져 버린 내 방
마지막 초읽기까지 버티자
버리기에는 너무나 큰 성이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