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피는 꽃
ㅡ공작 선인장
김주혜
미워하는 힘으로 산다.
태양이 쏟아지는 사막 같은 아파트
베란다 한켠에 소름돋는 침묵으로
여타한 곁도 주지 않고 스멀스멀
볼품없는 모습으로 초라한 너
풍성하게 자라려는 잎새의 마음이
날 선 가시로 변하기까지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회색의 공포와 메말라가는 사랑을
뿌리 속에 감춘 채 쉽게 꺼지지 않는 오기는
순진함 속에 키운 방어의 날揧로 날카롭다
어떤 위로로 너를 달래야 할까
지독한 아픔 속에 감춘 너의 참 모습을
기다리고 있어. 그 긴 기다림 끝에
도도하게 내민 너의 자존심
눈부신 도약,
아름다움의 극치
비록, 하루 동안만 보여준 네 속마음이지만
단 하나의 멍든 내 사랑을 대신해주듯
미워하는 힘으로 꽃을 밀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