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보이는 하느님
-산불
이상호
인간들의 육신에 내리는 어둠을 하느님의 수완으로도 어쩌지 못해 온 겨울 내낸 억눌러 왔던 울화통에 불을 지르는지 이른 봄날 하느님은 이 산 저 산 바삐 돌아다니면서 진달래꽃을 피워 놓는다. 순식간에 세상은 딴 옷으로 갈아입고 인간들의 마음 속에도 새순이 돋을 듯한 이른 봄날, 불이야 불이야 산불이야 이 산 저 산에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는다. 얼마나 이 악물고 참아온 울화였기에 진달래꽃으로는 모자라 이 산 저 산 돌아다니면서 분통을 터뜨리듯 불을 질러 놓는지 하느님의 마음을 도무지 알 수 없는 어느 봄밤, 인간들의 육신은 여전히 어둠에 묻혀 곤한 잠에 빠져 있는데 애꿎은 산짐승들만 벌판에 나앉아 보이지도 않는 먼 하늘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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