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산나리꽃 같은 도반/이인평

주혜1 2017. 9. 20. 18:39

산나리꽃 같은 도반

-김주혜 시인

 

                                       이 인 평

 

‘오늘 하루도 지났다. 나는

석양을 거두고 서재로 돌아와 그를 생각한다‘

그가 ‘시인들이 뽑은 시인상’을 받기 전에

나는 지금 그의 인생을 미리 축하해 주고 있다

 

그는 보기보다 여리고 순수한 감흥을 지녔다

비바람 견디며 꼿꼿이 서 있는 포플러처럼

그래서 친구 같은 그의 심성 안에는

노랗게 물든 포플러 잎들이 시어로 날리고 있어

함께 가을을 걷고 싶은 정감이 인다

 

그의 시의 매력에 사로잡힌 가을이 아니더라도

한강변 코스모스 축제보다 화사한

그의 웃음을 떠올릴 땐 남 같지가 않아서

문득 뭔가를 에둘러 말하다가, ‘아름다운 이름이여,

잊을 수 없는 기슭이 되어주오‘라는 운향으로

그가 걸어온 여정을 축하해 주고 싶다

 

사실 시인은 나이를 막론한 도반이다

‘당신처럼 사랑하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은 나도

하루하루 죽음과 벗하며 살고 있어요’ 할 정도로

생의 아름다움은 뜻밖에도 초연해서

때로 그는 초여름 산나리꽃 같은 도반이었다

 

그는 신앙의 길을 함께 가는 시인이기에

삶이 더욱 애틋해질 때마다

시보다 기도의 운율을 더욱 맑게 다듬어나갔다

그의 산책로인 ‘장자호수공원’ 풍광처럼

멀리서도 나는 곧고 푸른 그의 서정에 이끌린다

소박한 동심을 간직한 그의 시심을 아낀다

 

* ‘오늘 하루…’는 그의 시「길」의 두 행을 변용한 것이고, ‘아름다운 이름…’, ‘당신처럼…’은 각각 그의 시 「아름다운 이름」「에밀리 디킨슨에게」에서 온 것. ‘장자호수공원’은 구리시에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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