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 시선 1
울음을 비워낸 빈자리에 어느새 깃드는 마음
김 병 호 협성대 문예창작과 교수
김주혜의 [맨발로 황톳길을 걸으며]는 지난 겨울호 신작 시 중 가장 감각적인 작품 중 하나이다.
제목 그대로 맨발로 황톳길을 걸으며 느끼는 감각을 섬세하고 생생하게 잘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체험으로부터 시를 길어올리는 것이 그의 시적 태도이자 방법인 듯싶다.
황토를 밟는 맨발 사이에서 심장을 이야기 하고, 화엄삼매를 이야기하는 그의 호탕함에는
삶을 바라보는 그의 간절한 시선이 묻어 있다.
생명을 지닌 시인으로서의 시적 상상력이 어느 수준에 다다랐는지를 충분히 보여준다.
"무소의 등껍질처럼 상처입고 굳어진 / 발바닥이 비로소 화엄경을 읽는다"는 마지막 구절은 압권이다.
고난의 시간으로 감당해 온 삶의 무게가 제 의미를 획득하는 순간이다.
삶의 지독한 곡절이 따뜻한 위로를 받는 시간이기도 하다.
애써 감춰뒀던 삶의 서러움이 드디어 깨어나 춤과 불꽃으로 새로운 국면을 이끈다.
덕분에 관숩적 풍경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정서를 환기시키는
시인의 사명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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