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시, 조각, 빛의 찬미전에 초대합니다/ 조광호신부

주혜1 2025. 8. 26. 13:45

시,조각,빛의 찬미전에 초대합니다
ㅡ2025.8.25,문화일보1면기사

“형상과 언어와 빛이 만나는 이 자리가 은총의 순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저희 내면에도 은혜의 아름다운 빛이 조용히 비쳐지기를 기도합니다.”

조광호(78) 신부는 서울 효창동 김세중미술관에서 26일 개막하는 특별전 ‘시, 조각, 빛, 그리고 찬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번 전시는 고 김남조(1927~2023) 시인의 시, 김세중(1928~1986) 전 서울대 미대 교수의 조각, 그리고 조 신부의 스테인드글라스(Stained Glass)를 함께 보여준다.

김 시인은 한국현대문학사의 대표적 여성 문인으로, 70여년 시력(詩歷)에서 꾸준히 새로운 생명의 언어를 창조했다. 인간의 정념을 포용하면서도 종교적 영성의 세계를 지향한 것이 특징이다. 감각적 언어와 동적인 이미지들이 함께 어우러져 서정의 울림을 깊고 넓게 전했다. 숙명여대 교수로 후학을 길렀고, 한국시인협회장과 한국여성문학인회장 등을 지내며 문학계 발전에 헌신했다.

김 시인의 남편이었던 김 전 교수는 광화문 이순신 상을 제작한 조각가로 유명하다.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로 참석하는 등 해외에도 잘 알려졌다. ‘모든 예술은 신에 다가가기 위한 고행’이라는 신념으로 단순하고 세련된 형태의 조각에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담았다. 서울대 미대 학장을 지낸 그는 국립현대미술관 신설에 힘쓰다가 업무 과로로 1986년 58세로 타계했다.

아내 김 시인은 김 전 교수가 타계한 이듬해에 ‘김세중 조각상’을 제정하고 그를 기리는 사업에 나섰다. 그는 생전 문화일보 기자에게 “김(세중) 선생이 떠나자, 그에게 못해 준 일만 생각나서 부부의 정이 애틋해지더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김 시인의 시와 김 전 학장의 조각을 최초로 함께 선보인다는 의미가 있다. 부부의 아들인 김녕 김세중미술관장은 “ 오는 10월에 2주기를 맞는 김 시인께서 김 교수와 하늘에서 함께 기뻐하시리라 믿는다”라고 했다.

이번 특별전은 시, 조각, 스테인드글라스 세 영역 전시는 국내 처음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는다.  강화 동검도채플 주임인 조 신부는 빛의 예술이라고 불리는 스테인드글라스 아트, 즉 유리화 영역에서 빼어난 성취를 이룬 작가이다.  인천가톨릭대 조형예술대 학장을 지내고,  인천 연수구에서 가톨릭조형예술연구소(Space & Glass Art)를 꾸리고 있다.

“저는 1980년대에 천주교 200주년 기념사업 기획위원회에서 간사로 조각가 김세중 선생님을 모시고 일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시인 김남조 선생님과는 30년 넘도록 가톨릭문인회에서 담임신부로서 그분을 모시며 함께 걸어왔습니다. 그 인연 덕분에 이 영광스러운 전시에 초대받았습니다. 두 분의 아름다운 작품 곁, 그리고 이 전시에 오신 여러분 곁에서 유리창에 스며드는 작은 빛이 되고자 합니다.”

조 신부는 이 전시가 분주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존재의 본질을 다시금 묻게 하는 ‘고요하지만 강한’ 물음이 되기를  소망했다. 김 관장도 “우리가 ‘삶의 깊이와 그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고 위로와 축원을 느끼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전시는 오는 10월 1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