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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 위에서 / 조광호신부

흐름 위에서— 사랑, 그 애도의 꽃물비늘 위를 조심스레 건너는 햇살처럼, 사랑은 언제나 가장 여린 떨림으로 내게 왔습니다. 떨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말보다 먼저 스며드는 고요한 침묵으로사랑은눈빛 하나에 조용히 흔들리는 환희의 *알아차림*이었습니다.그 순간,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유한 속에 무한을, 시간 속에 영원을 꿈꾸는 우리의 사랑은 이 세상의 중심에서부터, 아주 오래 전부터 슬픔을 품은 채 피어나는 꽃이었다는 것을. 나는 당신의 만남 가운데숨은그림자를 통해예감처럼 미리 엿보았습니다.사랑은 폭포 아래로 떨어지는 물처럼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흐름이며, 스스로 사라짐으로써 타인을 살리는 눈물처럼 투명한 열정이었습니다.그리하여 나는, 기쁨이 솟구치는 순간에도 어렴풋이 이별을..

스토리1 2025.06.27

음악에 대한 헌사

음악에 대한 헌사 조광호신부 이 짧은 *음악에 대한 헌사*를 말 없는 위로와 영혼의 손길로 수십 년간 연주회에 초대해 주신 피아니스트 신수정 선생님께 바쳐 드립니다.존경하고 사랑하는 신수정 선생님, 선생님의 건반 위에 내려앉은 음표들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선생님의 생애를 조용히 품어 안은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손길이었습니다. 선생님의 연주는 말보다 깊고 침묵보다 분명한 언어였습니다. 세상의 소음이 닿지 않는 곳에서 영혼과 영혼이 마주하는 그 순간을 넘어, 잠자는 영혼을 흔들어 일으켜 세워 주는 손길이었습니다.한 음 한 음, 선생님의 손끝에서 피어난 선율은 시간을 잊게 했고 슬픔조차 아름답게 하였으며, 삶의 피로를 한 겹씩 벗겨내며 마침내 고요한 내면으로 흐르는 아름다운 생명이었습니다. 선생..

스토리1 2025.06.22

용서, 상처 위에 피는 꽃

용서상처 위에 피는 꽃/ 조광호신부**복수하지 마라, 썩은 과일은 스스로 떨어진다**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며 상처받습니다. 혹시 당신도 그런 순간을 기억하실까요. 누군가의 차가운 말 한마디가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 그 순간을.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넘겼을지 모르나, 밤이 되면 그 상처가 얼마나 깊이 파고들었는지 느끼게 되는 그런 시간들을. 혹시 베개에 얼굴을 묻고아무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을 혼자서 삼켜야 했던 그런 아픔들을 기억하시는지요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 화면만 바라보는 사람들, 사무실에서 서로를 경계하며 살아가는 우리들, 아파트 복도에서 인사조차 나누지 않는 이웃들을 보며 문득 생각해봅니다.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차가워졌을까요.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어버린 것은 언제부터였을까요. ..

스토리1 2025.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