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490

왜 시를 쓰는가 ㅡ조광호신부

사람들은 왜시를 쓰는가우연히수 십 년 전해묵은 노트에서습작 시 하나를발견했다계절에 어긋난 서정이지만그냥버리기 아까워폐친들과 나눈다ㅡㅡㅡ사람들은왜 시를 쓰는가영원히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사라져버릴 감정들을 언어로 박제해서 영원히 간직하려는 아주 오래 된인간의 갈망철저히유한 속에 갖힌 인간에게.어쩌면이 욕망은처절 하기 그지 없는 끝내 해갈치 못하는욕망이기에 아름답다ㅡ어쩌면 슬퍼서 더 아름답다눈이 내린다밤새위눈이 내린다동토의 산하를적막으로 덮더니낡은 초가 같은내 혼의 추녀 끝에그윽한신의 숨소리 밤 새워 눈이 내린다

스토리1 2025.06.30

고통의 신비

고통의 신비ㅡ썰물 지난 자리다시밀물이 들고있다목마른 갯벌에 생명이 넘실댄다무너진 자리에서 시작되는 위로의 변주곡이 시작된다*하나 : 신앙의 신비에서 고통의 신비로우리는 매일 미사 중 성찬례를 앞두고 "신앙의 신비여!" 하고 노래합니다. 그 순간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하는 놀라운 신비 앞에서 우리는 무릎을 꿇습니다. 그런데 제단을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서는 순간, 우리는 또 다른 신비와 마주하게 됩니다. "고통의 신비여!" 하고 고백할 수밖에 없는 현실 말입니다.갑작스러운 병, 예고 없는 사고, 무고한 자연재해와 전쟁, 이유 없는 상실과 설명되지 않는 아픔들이 우리 삶에 불청객처럼 찾아옵니다. 고통은 문을 두드리는 손님이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이웃처럼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고 머뭅니다..

스토리1 2025.06.28

흐름 위에서 / 조광호신부

흐름 위에서— 사랑, 그 애도의 꽃물비늘 위를 조심스레 건너는 햇살처럼, 사랑은 언제나 가장 여린 떨림으로 내게 왔습니다. 떨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말보다 먼저 스며드는 고요한 침묵으로사랑은눈빛 하나에 조용히 흔들리는 환희의 *알아차림*이었습니다.그 순간,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유한 속에 무한을, 시간 속에 영원을 꿈꾸는 우리의 사랑은 이 세상의 중심에서부터, 아주 오래 전부터 슬픔을 품은 채 피어나는 꽃이었다는 것을. 나는 당신의 만남 가운데숨은그림자를 통해예감처럼 미리 엿보았습니다.사랑은 폭포 아래로 떨어지는 물처럼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흐름이며, 스스로 사라짐으로써 타인을 살리는 눈물처럼 투명한 열정이었습니다.그리하여 나는, 기쁨이 솟구치는 순간에도 어렴풋이 이별을..

스토리1 2025.06.27